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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공간01

바닷가 마을의 어느 조선소

속초 칠성조선소

진한 바다 내음이 풍기는 속초의 청초호에 가면 배를 만들고 수리를 하던 오래된 조선소 하나가 있다. 69년의 세월 동안 어선과 철선을 만들어 바다로 내보내던 조선소는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남아있다. 여전히 속초의 바닷가 마을을 지키며 어부들의 쉼터이자 젊은이들의 데이트 명소로 사랑받고 있는 칠성조선소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이성주 사진.이정수

바닷가 마을의 세월이 담긴 조선소

푸른 청초호가 눈앞에 가득하고 배가 드나들었던 도크와 낡은 목선이 만든 이국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낡은 목조 건물에 옛 글씨체로 쓴 레트로 간판, 배를 만들고 수리하는 데 썼던 철물 부속이 칠성조선소가 견뎌온 오랜 시간을 보여준다. 칠성조선소가 위치한 청초호는 500톤의 선박이 자유로이 드나들고, 풍랑이 일면 어선이 대피하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 아름다운 청초호의 수많은 조선소는 사라졌지만 칠성조선소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칠성조선소의 창업자인 배 목수 故 최철봉 씨는 6.25 전쟁을 겪으며 속초 실향민들의 사정처럼 이북에서 내려와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1952년에 청초호의 일부를 메워 ‘원산조선소’란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이후 칠성조선소로 이름을 바꾸며 3대째 이곳을 지키고 있다. 칠성조선소에는 65년 동안 속초의 흥망성쇠를 따라 수많은 배가 드나들었다. 1960년대의 속초 수산업이 발달하며 칠성조선소 역시 매우 번창했던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며 어획량이 줄며 여느 조선소처럼 칠성조선소 역시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많은 이들이 떠난 바닷가 마을과 낡은 조선소는 찾아오지 않는 어선을 기다리며 쓸쓸하게 자리를 지켰다. 결국 2017년 8월, 속초 항구를 드나들었던 고기잡이배와 어부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칠성조선소는 문을 닫게 된다.

감성공간02 칠성조선소의 역사를 담은 전시 공간

감성공간03 목조 건물을 보존하고 활용한 뮤지엄 감성공간04 배를 수리해서 바다로 내보내던 길로 쓰인 도크

청초호를 끌어안은 운치 있는 살롱

모두 칠성조선소의 역사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칠성조선소는 2018년 2월, 속초의 복합문화공간 ‘칠성조선소 살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게 된다. 도시재생사업에 따라 배를 만드는 공간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변신했고, 오랜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칠성조선소의 간판과 외관, 내부를 최대한 유지한 채 영업을 시작했다. 칠성조선소는 살롱, 뮤지엄, 플레이스케이프, 오픈 팩토리 총 4개의 공간으로 새롭게 구성되었다. 과거 목수들과 기계, 전자장비 전문가들이 모여 배를 만들고, 수리하고, 해체하던 공간을 뮤지엄으로 꾸몄고, 나무를 제련하던 야외 공간은 카누를 제작하는 플레이스케이프 및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로 변신했다.

뮤지엄에서는 사무실, 식당, 작업공간, 창고로 나눠진 공간마다 작업 안내판과 일정표 그리고 배 만드는 과정과 목조 선박 모형도 볼 수 있고, 안전 도구들이 보존되어 있어 각각의 스토리텔링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영화관에서는 조선소에서 일한 목수들을 찾아다니며 촬영한 인터뷰 영상과 사진 자료를 보며 칠성조선소 본연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칠성조선소에서 열었던 프로젝트 공연과 기록사진을 슬라이드로 만나볼 수 있다. 칠성조선소에서 제일 큰 공간이자 실제로 배를 만들었던 오픈 팩토리는 청초호가 내려다보 이는 카페가 되었고, 가족들이 살았던 가정집은 살롱으로 개조해 간단한 식음료를 비롯해 굿즈와 책을 판매하고 있다.

감성공간05 배를 만들던 오픈 팩토리는 카페로 변신했다

감성공간06 배를 만들던 오픈 팩토리는 카페로 변신했다 감성공간07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북 살롱

3대째 지켜온 조선소의 이색 변신

칠성조선소가 다시 문을 열게 된 것은 칠성조선소 창업자의 손자 최윤성 씨의 역할이 컸다. 최윤성 씨는 미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뒤 배 만드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자 미국 보트 디자인 학교에서 공부했다. 이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배를 만들고 있는 최윤성씨는 칠성조선소 야외 공간에서 카누 제작 교육을 진행하며, 와이크 래프트보츠(YCRAFT BOATS)라는 레저 선박브랜드를 창업했다. 오래된 조선소를 카페와 감성적인 뮤지엄으로 탈바꿈시켰을 뿐만 아니라 카누와 카약을 만들며 칠성조선소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속초의 시원한 풍경을 담은 옛 조선소의 모습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포토존으로 떠올랐고, 레트로 트렌드와 어울려 인기 장소로 각광받게 됐다. 게다가 지역민들이 상생하고 어울리는 공간으로 변화하며 2018년에는 이곳에서 영화제와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다. 인기를 반영하듯 칠성조선소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소하고 1년 만에 연 2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며 속초의 성공적인 도시혁신 사례가 되었다.

당장이라도 탁 트인 바다 풍경과 휴식이 필요하다면 여기 오래된 조선소에 잠시 쉬어가길 추천한다.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자연과 사람들의 삶이 녹아든 바닷가 마을의 감성을 듬뿍 느낄 수 있다. 짠 바다 내음을 맡으며 청초호를 따라 오가던 옛 어부들의 삶과 바닷가 마을이 품은 시간도 상상해 볼 수 있다. 과거 칠성조선소가 바다로 나가는 선박의 안녕을 기원했듯 동쪽 바다를 찾아온 여행자에게도 훌륭한 안내자 역할을 해줄 것이다.

감성공간08 칠성조선소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뮤지엄

감성공간09

속초 칠성조선소

강원 속초시 중앙로46번길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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