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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 백일장 1

우리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가?

김찬종 경동대학교 재직

대부분의 실내 공간에는 그곳을 비추는 조명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벽 혹은 천장을 비추어 조도를 낮추는 간접 조명을 좋아한다. 한 번은 형광등에서 벗어나 스탠드 조명의 머리를 틀어 빛의 방향을 바꾸어 보았다. 이것만으로도 익숙했던 공간이 꽤 새로워졌다. 평소 듣지 않던 재즈 음악이라도 틀어 놓아야 할 것처럼 낯선 곳이 되었다. 사소한 변화는 공간을 바꾸어 놓았고, 갖가지 소품들 또한 다르게 보였다.

사물의 의미란 그 공간에서 어떤 이유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대답과도 같다. 예를 들어 형광등은 급격히 성장해 온 우리나라에 효율 높은 조명으로써 제격이었고, 그렇게 우리의 일상을 비추는 표준화된 빛으로 존재해왔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변화를 비롯해 삶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는 빛의 개념 또한 바꾸어 놓았다. 조명에 대한 인식이 변하게 된 것은 이 또한 휴식의 일환으로 여기게 된 것에 기인한다. 빛의 효율보다 중요한 것은 공간을 부드럽게 메우는 조명의 색감이었다. 나는 그 빛을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었고, 이는 오롯이 내 공간에서 발휘되는 일종의 특권이었다. 또한 실내 조명을 자연 채광의 연장으로 보았다. 아침부터 낮 사이의 가시광선과 저녁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채도의 변화 등을 말이다. 이에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적당히 어둡게, 편안함을 주는 밝기에 머무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조명은 내 휴식을 돕는 공간의 사물로써 새롭게 존재한다.

유현준의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책을 보며 엉뚱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치는 많은 공간 속에서 나는 지금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공간이라 칭한 다양한 환경은 인간 군상의 범주를 아우르며, 개인에게 존재 의미를 부여하거나, 일정 행동 또는 감정의 동기를 제공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어디서 살 것인가? 이 문제는 객관식이 아니다. 서술형 답을 써야 하는 문제다. 그리고 정해진 정답도 없다. 우리가 써 나가는 것이 곧 답이다. 아무도 채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스스로 ‘이 공간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가?’ 자문해 보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라고 말한다.

머물 공간을 정하는 것, 어디서 살 것인가는 결국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주어진 환경을 무엇으로 채워 나갈 것인지 탐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는 물리적인 공간이 대변하는 삶의 현주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스스로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목표를 돌아보게 했다. 저자는 공간 구조와 관련하여 다양한 과학과 논리를 설명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흥미 있는 소재로 쉽게 풀어나간다. 최초의 인류는 동굴에서 생활했지만, 점차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리며 창을 내는 과정을 통해 집이라는 스스로의 공간을 발전시켜 왔다. 삶의 방식에 대한 능동적인 자세는 공간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고, 변화는 필연적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이 내게 건넨 질문은 아주 반가웠다. 어디서 살 것인가. 나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가. 그리고 내 삶을 어떠한 공간으로 채울 것인가. 살아가며 마주할 모든 공간의 의미가 나로 인해 비로소 완성되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질문에 응할 모든 이의 답변도 희망적이길 바란다.

TP 백일장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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