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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여행 01

국내에서 즐기는 이국적인 여행

경남 거제

이국적이면서 아름다운 풍광으로 사랑받는 곳이 있다. 지중해의 어느 해변 같기도 하고, 스페인의 관광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유럽식 양식으로 꾸며진 정원과 건축물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거제도를 사랑하는 이유가 이 때문인 것 같다.

글|사진. 김혜영 여행작가

도장포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도장포 선착장에서 외도행 배표를 끊고, 남은 시간에 선착장 옆 ‘바람의 언덕’에 들른다. 눈 앞에 펼쳐지는 푸른 언덕과 언덕 아래 일렁이는 쪽빛 바다에 가슴이 뻥 뚫린다. 바람의 언덕은 바다를 향해 뻗은 해안절벽이라 늘 바람이 많이 분다. 언덕을 뒤덮은 무성한 풀들이 바람 부는 대로 펄럭인다. 언덕 꼭대기의 풍차는 ‘씽씽’ 소리를 내며 신나게 날갯짓을 한다. ‘야호’ 목청껏 소리를 질러도 바람에 묻힐 것 같다.

풍차 옆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한적한 동백숲길을 지나 도장포마을 윗길로 이어진다. 도장포마을은 바람의 언덕과 맞은편 언덕 사이의 ‘U’자형 해변에 자리 잡았다. 이 ‘U’자형 해변에 도장포 선착장이 있고, 선착장 뒤 산비탈에 마을이 형성돼 있다. 뒤로는 산이 감싸고,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지는 도장포마을 풍경이 아름다워서 길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도장포마을에서 도로 하나를 건너면 신선이 머문 곳이라는 신선대가 나온다. 책 수 만권을 포개놓은 듯 가로 지층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 태곳적 분위기를 풍긴다. 공룡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작은 웅덩이도 수없이 많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는 파도가 무시로 들락거린다.

쉼표여행 02 바람의 언덕에 세워진 이국적인 분위기의 풍차

해금강에서 숨은그림찾기

외도행 배는 해금강(海金剛 국가 명승 제2호) 관광을 겸하는 유람선이다. 해금강은 강이나 바다 이름이 아닌, 바다 위로 솟은 거대한 바위 절벽을 말한다. 금강산처럼 경치가 아름답다고 하여 ‘바다 위의 금강산’이라 불린다. 정식 명칭은 갈곶리의 ‘갈도’다. 선실 안에서 해금강을 볼 수 있지만, 밖으로 나가 출렁대는 유람선에 몸을 맡기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절경을 두 눈에 생생하게 담는다.

해금강 절벽 위에는 거센 바람을 견디며 사는 노송들과 석란, 풍란 같은 희귀한 난초들이 자생한다. 절벽 아래에는 파도가 오랜 세월 조각해 놓은 십자동굴, 부엌굴 등의 해식동굴이 형성돼 있다. 파도가 잔잔하거나 작은 유람선으로 항해할 때는 배가 십자동굴 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일반적인 큰 유람선은 십자동굴 앞까지만 갔다가 돌아 나온다.

선장이 주문을 외듯 쏟아내는 해금강 해설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면, 해금강이 달리 보인다. 숨어 있던 사자, 촛대, 기도하는 소녀 형상을 찾아낼 수 있다. 해금강 유람 30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고, 외도보타니아 선착장에 도착한다.

쉼표여행 03 유채밭 너머로 보이는 신선대의 거친 해식애

쉼표여행 04 십자동굴을 둘러보는 해금강 유람선 승객들

바다 위의 식물 낙원 외도보타니아

외도보타니아의 ‘보타니아(Botania)’는 ‘Botanic’과 ‘Utopia’의 합성어다. 바다 위 ‘식물의 낙원’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이름에 걸맞게 아름답고, 이국적인 섬이다. 평범했던 외도를 전국 최고의 해상 식물원으로 가꾼 이는 고 이창호 씨와 아내 최호숙 씨다. 이 부부는 1969년부터 무시로 닥치는 태풍과 거친 파도에 맞서며 나무를 심고 꽃을 피웠다. 첫 삽을 뜬지 26년이 지난 후 외도보타니아를 개장할 수 있었다.

외도는 섬인 데도 물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난하고, 강우량이 많아 종려나무, 야자나무, 선인장 같은 난대 및 아열대 식물이 자라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선인장, 알로에, 용설란 등이 자라는 ‘선인장가든’을 지나면 외도보타니아의 메인 광장인 ‘비너스가든’이 나온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세워진 하얀 비너스상이 지중해를 연상케 한다. 영국 버킹검궁전 정원을 모티브로 한 정원 끝에는 유럽식 사택 ‘리하우스’가 시선을 끈다.

사계절 내내 튤립과 양귀비, 수국, 동백 등이 차례로 피고 지는 ‘벤베누토정원’을 지나, 꽃길에 취해 걷다 보면 짙푸른 동백숲과 대숲을 만난다. 밀감나무 3,000 그루와 편백나무 8,000 그루가 늘어선 ‘천국의 계단’ 아래에는 야자수 산책로가 기다린다. 어느 숲길을 걷던지 바다가 보인다. 이것이 외도보타니아의 치명적인 매력이다.

쉼표여행 05 외도보타니아의 비너스가든 전경

거제 제일 해안 절경 여차홍포해안도로

거제 여행 중에 바다 전망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졌던 곳이 여차홍포해안도로였다. 이 도로는 거제도 최남단 여차마을과 홍포마을을 잇는 길로써 까마귀재라는 해안절벽을 깎아 만든 길이다. 예전에는 이 고갯길이 비포장도로여서 초보운전자들이 진땀 꽤 흘렸던 곳이다. 지금은 길이 포장되고, 고갯길에 번듯한 전망대도 세 곳이나 생겼다.

전망대에 오르면 왼쪽으로는 반달형 해안선이 고운 여차해변과 아기자기한 여차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면으로는 다포도, 소다포도, 대병대도, 소병대, 어유도, 매물도, 소매물도, 가왕도 등의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돌고래 가족이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유유히 헤엄치는 것 같다. 잔잔한 쪽빛 바다와 윤슬을 멍하니 감상하노라면 마음이 그렇게 평온할 수 없다.

근포마을의 역사가 담긴 진지동굴

근포마을 뒤편 바닷가에 제주에서나 봄 직한 동굴 5개가 있다. 동굴의 정체는 일제강점기 진지동굴이다. 1941년 일본군이 포진지로 사용하려고 굴을 파다가, 1945년 해방이 되자 중단한 현장이다. 5개 동굴 중 ‘쌍굴’이라 불리는 굴은 굴 안이 ‘H’자형으로 뚫려 서로 연결돼 있다. 동굴 앞에서 보면 생김새가 꼭 콧구멍 같다. 나머지 세 동굴은 막아버렸거나 수산물공장의 창고로 사용하거나 방치된 상태라고 한다.

쌍굴은 접근성이 좋은 데다 바다와 마주하고 있어 포토존으로 유명해졌다. 이곳도 일명 ‘동굴 샷’을 남기려면 주말에는 줄을 서야 할 정도다. 거제도 동쪽 끝 생소한 마을의 진지동굴까지 명소로 만드는 관광객들의 정보력에 혀를 내두른다. 동굴 인증 사진을 남길 목적이 아니더라도 역사적 장소이므로 들러볼 만하다. 내비게이션에 ‘경남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 489-18(근포땅굴 주차장)’으로 검색하면 된다.

쉼표여행 06 ‘동굴 샷’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근포동굴

전화위복으로 만들어진 명소 매미성

장목면 대금리 바닷가에 지어진 이국적인 성벽이 화제다. ‘매미성’이라 불리는 이 성벽은 멀리서 보면 유럽 중세 시대의 성 같다. 사진에 담았을 때 더 그럴싸해 보인다. 어느 날 인생 사진 명소로 소문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거제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손꼽힌다.

매미성의 사연을 듣는다면 이곳이 단순한 사진 촬영 명소가 아님을 알게 된다. 2003년 태풍 매미가 거제도를 휩쓸었을 때 백순삼 씨는 바닷가 경작지를 잃었다. 백 씨는 다시는 태풍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홀로 길이 약 150m, 높이 약 8m에 달하는 성벽을 쌓았다고 한다. 동화 같기도 하고, 고사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이 떠오르기도 하는 스토리다.

그가 돌을 하나씩 쌓으면서 성벽 이름을 지어두거나 멋들어진 성을 세우리라 결심한 것도 아니었을 듯하다. 그저 자식 같은 농작물을 보호하려는 맘으로 오랜 세월을 꾸벅꾸벅 공 들였을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투박한 건축물이지만, 백씨가 설계도 없이 지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수많은 사람이 매미성에 올랐지만 여전히 견고하다. 매미성 축성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한다. 어디에선가 매미성의 성주 백 씨가 돌을 쌓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쉼표여행 07 백순삼 씨가 십수 년 동안 쌓아서 완성한 성벽

거제 여행 팁

맛집: 예이제게장백반 바람의언덕점(055-632-7677)은 도장포와 가까워 외도 관광 전후에 들르기 좋다. 메뉴는 게장백반 한 가지. 간장게장과 꽃게장이 무한 리필되고, 볼락구이, 간장새우, 충무김밥, 조개 미역국 등의 반찬이 한 상 가득 나온다.

카페: 외도보타니아 설립자인 최호숙씨가 구조라 해변에 유리 온실 콘셉트 카페 외도널서리(055-682-4541)를 개장했다. ‘그린하우스’라 부르는 카페 공간은 초록색 철 프레임과 유리로 건축한 유럽풍 건물로서 식물원의 유리 온실처럼 꾸며져 있다. 요즘 대세라는 플랜테리어의 진수를 보여준다.

쉼표여행 08 유리 온실 콘셉트와 플랜테리어가 돋보이는 카페 외도널서리 쉼표여행 09 외도 관광 전후에 들르기 좋은 예이제게장백반의 게장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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