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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 백일장 2

제주 한 달 살기

박규홍 대림대학교 퇴임

제주 한 달 살기를 시도하기로 마음을 먹고 집을 떠난 지 6시간 만에 땅끝마을 완도에 도착, 오후 3시에 출항하는 여객선에 승용차 및 한 달 살기용 살림살이를 잔뜩 싣고 완도 출항 2시간 40분 만에 제주항에 도착했다. 비 내리는 어두운 밤에 예약된 애월읍에 있는 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제주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제주올레길을 걷기로 계획하고 16번 올레길을 걷기도 했으나 교통량이 많은 해안도로와 겹쳐있어 한라산 탐방 및 수목원 숲길을 걷기로 했다. 지나고 보니 나의 판단이 옳았다.

한라산 탐방 이야기
현직에 있을 땐 학생들과 더불어 백록담까지 올라간 적은 있으나 그동안 세월도 많이 흘렀으며, 지금은 아내와 함께 산행한다는 설렘이 있었다. 한 달 살기를 하는 동안 매주 월요일마다 한라산을 찾아가기로 한 계획 중 첫 일정은 성판악 코스를 이용하는 산행이다.

성판악 코스
탐방예약제로 운영되는 성판악 코스는 하루 1,000명만 입산이 가능해 미리 탐방 예약을 했고, 주차장이 협소한 관계로(78대 주차 가능) 아침 6시 30분 전에 도착하기 위해 이른 새벽에 리조트를 출발했다. 산행 코스에 매점이 없어 숙소에서 아침 및 점심용으로 김밥을 준비해 갔다. 7시에 성판악 입구를 출발하여 9.6km 거리의 백록담까지 왕복 9시간 동안 산행을 했다. 산 중간에 눈이 쌓여있었지만 전날 아이젠을 구매한 덕분에 유용하게 사용했다. 정상에서 예기치 않게 오래된 아내의 등산화 밑창이 떨어져 나가 아이젠으로 동여맨 후 하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산행에 대한 경험이 없는 아내가 어려움 없이 산행을 할 수 있었고, 스틱, 아이젠 및 무릎보호대 등의 등산 장비의 필요성과 효용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는 점이 이번 산행에서 얻은 성과였다.

관음사 코스
성판악 코스를 다녀온 다음 주엔 관음사 코스로 향했다. 다음 날 일정을 고려해 삼각봉 대피소(해발 1,500m)까지 가려고 계획했으나 이에 미치지 않는 개미등(해발 1,450m)까지 올라갔다가 바로 방향을 바꾸어 하산했다. 백록담까지의 탐방 거리 총 8.7km 중 4.9km까지 올라갔으니 대략 왕복 10km의 산행을 한 셈이다. 하산 후 조계종 제23교구 본산인 관음사를 둘러보았다.

영실 코스
성판악 및 관음사 코스와는 달리 영실 코스는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까지는 갈 수 없지만 윗세오름까지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탐방로이다. 영실코스 주차장이 해발 1,280m이므로 해발 1,700m인 윗세오름까지는 3.7km, 1시간 30분의 산행으로 한라산의 병풍바위, 노루샘 등의 서쪽 일부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었다.

수목원과 곶자왈 이야기
제주올레길 대신에 선택한 수목원과 곶자왈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연을 즐길 수 있었다. 절물휴양림, 교래자연휴양림, 사려니숲길, 금산공원, 제주곶자왈도립공원, 한라산생태숲, 비자림, 화순곶자왈, 안덕계곡, 환상숲곶자왈, 서귀포자연휴양림 및 한라수목원등 어느 하나 빠뜨릴 순 없을 만큼 각각의 특징이 있었지만 그중 몇 장소만 소개한다.

절물휴양림
절물이란 사찰에서 이용한 물이란 뜻으로써 절물휴양림은 천연림과 자연림이 잘 가꾸어진 300ha 면적의 완만한 경사를 가진 멋진 산책로가 있었다. 경로 대상자는 무료 입장이지만 주차비가 제주에선 비싼 편인 3,000원을 받고 있다.

한림공원
한림읍에 있는 한림공원은 10만 평의 대지 위에 9개의 테마별로 구성된 잘 가꾸어진 사설 공원이자 협재동굴을 포함한 3개의 천연동굴 등의 볼거리가 많은 테마파크이다. 그중 특이한 볼거리는 제주의 옛 모습을 재현한 민속마을과 다양한 수석을 전시한 수석관이었다. 대부분의 수목원과 곶자왈은 입장료가 무료(경로 대상자)지만 이곳은 사설 공원으로 일반인 1만 2,000원, 경로자 1만 원의 가장 비싼 입장료이긴 했지만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었다.

교래자연휴양림
2005년 호주 멜본에서 방문 교수 시절 여행한 호주 남쪽에 있는 섬인 태즈메니아에서 에메랄드빛의 호수를 돌아보면서 감탄한 적이 있었다. 이곳 교래자연휴양림에서도 잘 보존된 숲과 덩굴(곶자왈), 편백나무숲, 입구에서 오름(큰지그리 오름)까지 4km의 숲길, 왕복 8km의 산책이었지만 피곤함을 모를 정도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멋진 휴양림이다. 그래서 태즈메니아에서 했던 감탄을 교래자연휴양림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제주올레길을 대신해 휴양림과 곶자왈을 선택하며 이곳 교래자연휴양림 산책을 하게 되었다.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곶자왈이란 숲을 뜻하는 ‘곶’과 나무와 덩굴이 엉클어져서 이룬 덤불을 뜻하는 ‘자왈’의 합성어로 나무와 덩굴로 숲을 이룬 곳을 의미하는 제주 고유어이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은 약 150만m2 면적의 우거진 숲으로 원시림이 형성된 중요한 자연유산으로서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보람 있는 한나절을 보낼 수 있었다.

화순 곶자왈
안덕면에 있는 화순 곶자왈은 후회 없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원시림 숲이었다. 곶자왈 내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앞으로는 산방산이 보이고 뒤로는 한라산이 보였다. 개인이 운영하는 일부 수목원과 곶자왈을 제외하면 대부분 무료 입장(경로 대상자)이었다.

이번엔 제주 서쪽인 애월읍 리조트에 투숙했지만 다음에는 동쪽에 숙소를 정해두고 동남부쪽의 숲길을 걷고 싶다. 아침과 저녁 식사는 리조트에서 해결했으며, 점심은 여행지 인근의 맛집을 찾아다녔다. 리조트와 차 안에서 식사를 하여 알뜰한 한 달 살이를 했다. 예전 아프리카에서의 자문 활동 시절을 생각하여 너무 많은 짐을 가져간 것은 실수였다. 계획은 격일로 여행하면서 여행하지 않는 날에 책을 보겠다며 가져간 도서와 연주하겠다고 가져간 색소폰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다시 가져왔다. 그뿐만 아니라 식기, 요리기구 및 밑반찬 등으로 승용차 뒷자리부터 트렁크까지 가득 채워졌으니 상상 이상의 짐을 가져간 셈이다.

처음 시도해본 제주 한 달 살이에 간혹 불편함도 느꼈지만, 코이카 자문 활동 시 아프리카에서의 1년 살이 경험에 비교하면 불편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편한 생활이었고 성공적인 한 달 살기를 했노라고 자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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