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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만남 01

반죽하고 굽고, 단 하나의 세상을 내놓다

차의과학대학교부속 구미차병원 재무회계팀 박능호 대리

우리는 똑같은 일상을 살아간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일까? 생각해보면 답은 ‘아니다’다. 어제 먹었던 점심과 다른 점심을 먹고, 어제 탄 버스와 다른 버스를 탄다. 어제 걸었던 그 거리는 오늘과 다르고 어제 만난 사람과 오늘 만난 사람은 다르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우리는 왜 같은 일상을 살아간다고 믿는 걸까. 미묘하게 다른 도자기들처럼 세상에는 똑같은 게 하나도 없다. 이처럼 모두 각자의 세상을 가지고 있다.

글. 강초희 사진. 이성원 영상. 성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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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반적인 선생님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1965년생 뱀띠로 영남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차의과학대학교부속 구미차병원 재무회계팀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슬하에 아들 둘이 있고, 도예를 10년 넘게 하고 있습니다. 공방 이름은 ‘삼박한최’인데, 가족 구성원이 박 씨가 세 명(저, 아들 둘)이고 최 씨가 한 명(아내)이어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대한민국 예술대전에 입상한 경력도 있고 개인 전시회도 네 번이나 열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일의 스트레스를 도예로 푸는 게 아니냐고 묻는데 전혀 아닙니다. 일은 일이고 도예는 도예입니다. 도예에 일을 끌고 오지 않는 편입니다.

Q. 도예를 10년 넘게 하셨다고요. 시작한 계기가 무엇입니까?

특별한 계기는 없었습니다. 그저 예전부터 도예가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구미에는 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휴가를 내서 여주까지 가 체험을 하기도 했고요. 금오공대 교육원에서 배우기도 했습니다. 운이 좋게 구미에 김용희 선생님께서 도예공방을 하셔서 그분 밑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경기대학교에도 2학기 동안 주말마다 올라가서 도예를 배웠습니다. 그때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도예는 소성 비용이 많이 드는데, 초기에는 매월 40~50만 원의 지출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이래저래 힘들고 부담스럽다 보니 혼자만의 공방을 갖는 게 좋겠다 싶어서 도예공방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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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도예의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도예는 쉽게 말해 ‘반죽 – 성형 – 말리기 – 굽 깍기 – 분양 – 초벌 – 재벌’을 거칩니다. 반죽은 꼬박을 손으로 밀기도 하고 토련기에서 뽑아내기도 합니다. 성형은 손작업인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데에서 촉촉한 흙을 만지며 성형하는 것 있죠? 그걸 ‘물레’라고 합니다. 물레는 동력을 이용한 작업입니다. 굽 깍기는 하단부 손질과 바닥 굽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Q. 도예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너무 많아서 한 가지를 고르기가 힘드네요. 우선 가장 큰 장점은 치유입니다. 작업을 하는 동안 잡생각을 가질 수가 없고, 작업 후에 느껴지는 성취감은 늘 하늘을 찌르지요. 아울러 작품 구상 시는 머리 회전을 많이 하기에 노후에도 치매 걱정은 없을 걸요?

Q. 도예 작업하시다가 마음 아픈 일화가 있으실까요?

석등 작업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20여 일 정도 작업했거든요. 그런데 초벌 소성 때 가마 안에서 그만 깨져버렸습니다. 어찌나 마음이 아팠는지 3~4개월은 속이 상했습니다. 그 외에도 이 이야기는 결이 다르지만, TV에서 보면 도예가가 색이나 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작품을 깨부수는데 왜 저러나 싶었습니다. 선물을 주면 되지 않나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제가 도예를 하게 되니까 말이 달라지더군요. ‘삼박한최’ 이름이 찍혀 나가는 이상 이 도자기는 제 이름과 마찬가지입니다. 제 자존심이고, 얼굴이고, 박능호 그 자체입니다. 함부로 밖으로 못 보내겠더라고요. 그래도 깨트리진 않고요. 밖으로만 안 내보내고 있습니다.

Q. 선생님만의 도예에 관한 철학이 있으신가요?

자기는 사용 용도가 우선이고 그다음이 미적 가치입니다. 다시 말해서 용(用)이 가장 먼저 중시되어야 하고 형태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점이 형태는 늘 같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최대한 똑같은 형태의 도자기를 구워도 미묘하게 다른 도자기가 나옵니다. 색이든, 선이든.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인생도 이 도자기와 같지 않나 싶습니다. 멀리서 보면 똑같아 보여도 가까이서 보면 달라 보이지 않습니까. 저마다 색이 있고 형태가 있어서 모두가 도자기 같은 인생을 살고 있지요. 도자기에 인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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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똑같은 형태의 도자기를 구워도 미묘하게 다른 도자기가 나옵니다. 색이든, 선이든.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인생도 이 도자기와 같지 않나 싶습니다.

Q. 그래서 이번 호 주제인 ‘예술, 세상과 나를 잇다’에 공감하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도자기가 실제로 세상과 이어져 있어요. 도예는 생활입니다. 생활 주변용품이지요. 물론 작품성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요. 하지만 내가 만든 도자기가 어느 누구의 밥상에, 차탁에, 선반에 올라가서 그들의 일상과 함께한다는 건, 그들의 세상과 함께한다는 뜻 아니겠어요?

Q. 처음보다 실력이 많이 느셨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도 않습니다. 생각보다 실력이 눈에 띄게 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그럴 때가 있긴 하지만, 그때뿐이지 그 뒤로는 천천히 늡니다. 어떻게 보면 답답할 수 있는데 저는 그래서 더 매력적인 듯합니다. 특히 도예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저에게 몰입하게 되어서 그 부분이 상당히 좋습니다. 몰입하게 되면 그 순간은 다 잊게 됩니다. 선과 악의 구분도 없어지고요. 오로지 저만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느낌이 좋아서 계속 도예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전시회를 4회나 여셨던데, 각각 어떤 의미로 다가오셨나요?

첫 번째랑 두 번째는 회사에서 환자들 위주로 열었습니다. 판매금은 불우한 학생들에게 기증했지요. 좋은 뜻으로 연 전시회여서 제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시민회관을 빌려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열었는데요. 판매금 일부는 기증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첫 전시회라고 볼 수 있죠. 네 번째 전시회도 마찬가지였고요. 세 번째랑 네 번째 전시회는 전시회가 끝나고 사람들과 둘러 앉아 인생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이게 예술이고, 예술이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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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반인들 대상으로 공방을 차릴 생각은 없으신가요?

아주 생각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제가 도예를 시작한 후 제 삶의 변화가 생겼다면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죠. 그래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수업을 해볼 생각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저도 시간을 내야 하고……. 아직 구상 중에만 있습니다.

Q. 도예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모든 게 그렇지만 아무래도 가족들입니다. 가족들의 뒷받침이 없었으면 장기간 도예를 할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족들의 배려가 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고, 이제는 제가 더 가족을 생각하고 배려해야 할 시기이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처음에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애들이 어렸습니다. 근데 애들 관리는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겨놓고 퇴근 후 도예공방으로 가서 새벽 한두 시에 돌아오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습니다. 작업 삼매경에 빠지면 시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 자리를 빌려 함께 인고해준 아내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Q. 도예를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작품을 선물로 사갔을 때입니다. 누군가에게 선물로 준다는 건 주는 사람에게도 의미 있고 받는 사람에게도 의미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의미가 저에게는 무엇보다 값지고 소중합니다. 이 또한 세상과 연결되는 것이고요. 그럴 때마다 항상 뿌듯합니다. 제 작품이 무언가가 된듯한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저는 주로 식기 세트, 컵 세트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걸 만드는데요. 그래서인지 주변분들이 아주 좋아하십니다. 물론 전시회를 앞둘 때에는 석등 등 특이한 것도 만듭니다.

Q. 석등 같이 특이한 걸 만드실 땐 어떻게 만드시나요?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서 비교 대조하면서 만듭니다. 때로는 밑그림을 그리기도 하지요. 또한 흙을 사용해서 올릴 수 있는가도 고민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고운 입자가 괜찮을까 큰 입자가 괜찮을까 등 여러 방면으로 고민한 후 본 작업을 시작합니다. 가끔 샘플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렸듯이 석등에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겁니다.

Q. 마지막으로 사학 가족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시든지 본인만의, 아니면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여가활동이 있었으면 합니다. 어떠한 취미활동이라도 그것은 곧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에너지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를 꾸준히 하지 못하신다면 취미를 여러 가지 바꿔가면서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합니다. 사학가족 여러분들의 파이팅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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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남의 주인공이 되어 주신 사학가족에게 기념 선물로 ‘캐리커쳐 상패’를 드립니다.

※ 연출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고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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