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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와
수지도서관

글. 김동언(강남대학교 퇴임)

얼마 전에 생일 선물로 스마트워치를 받았다. 좀처럼 생일 선물로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성격이 아닌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사달라고 했다. 아내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이상한 상황인지라 웬일인가 싶어 두말없이 사줬다. 사실 요즘 시계를 손목에 차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골프를 하려고 필드에 나가면서 거리 측정기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대용으로 스마트워치에 골프 앱(app)을 깔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시계 기능에 거리측정까지 가능한 스마트워치를 선택했던 것이다.
막상 스마트워치를 받아보니 그 안에는 실로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휴대폰과 연동되어 문자나 전화를 즉시 연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휴대폰에 저장된 기념사진을 시계 화면에 무작위로 보여주는 기능도 있다. 시계를 볼 때마다 추억의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더욱 눈에 뜨이는 것은 ‘수면, 운동, 심박수, 활동’을 보여주는 건강 앱이다. 애초의 구입 목적이었던 골프 앱은 한 달에 두어 번밖에 쓰지 못하는 것에 반해 건강과 관련된 앱은 아주 자주 유용하게 쓰고 있다.
‘활동’앱은 세 가지 링을 완성하는 것이다. 하루에 ‘움직이기’ 510kcal, ‘운동하기’ 30분, ‘일어서기’ 12시간을 실행하면 링이 완성되는 방식이다. 일어설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앉아 있으면, 일어설 시간이라고 경고를 보낸다. 목표한 칼로리 소모량에 근접해지면, 아직 목표를 달성할 기회가 있으니 몇 분만 빨리 움직여 달라고 요청한다. 이러한 감시와 독촉 속에서 세 개의 링이 완성되면 축포를 터트린다. 그리고 보상으로 ‘움직이기 목표 최장 연속 달성(30일)’, ‘일주일 7번 운동 달성’, ‘완벽한 달’ 등의 배지를 달아준다. 거기에다 ‘대단해요, 내일도 부탁해요’라는 멘트를 잊지 않으니 귀엽기까지하다.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넘쳐나는 시간을 어찌할 줄 몰라 방황하였다. 이제 2년이 지나가니 어느 정도 은퇴 생활에 익숙해져 간다. 요즘은 평생 하지 않던 운동으로 소일하고 있다. 이 운동에 스마트워치의 운동 앱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오전에 헬스장에서 1시간 정도를 운동하고 나면 약 300kcal 정도를 소모한다. 이 정도로 하루 운동량이 다 되는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많이 부족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200kcal를 더 태우기 위해 오후에 다시 산책을 한다. 목표는 수지도서관까지 왕복하는 것이다. 성복천변에 마련된 산책길을 따라 가면 편도 30분 정도 걸린다. 이렇게 산책을 끝내고 아파트 계단을 올라갈 때면, 스마트워치가 대개 ‘오늘 움직이기 목표 달성’이라는 멘트와 함께 축포를 터뜨린다.
산책의 중간 기착지인 수지도서관에서는 대체로 2시간 정도를 머문다. 수지도서관은 지상 3층 규모 시설에 277,603권의 장서를 비치하고 있는 공공 복합 문화 공간이다. 나는 평생 도서관과 가깝게 살아왔다. 지금처럼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논문을 쓸 때는 전국의 도서관을 찾아 헤매었다. 그때는 보이지 않던 도서관의 매력이 지금은 눈에 들어온다. 서가를 여유 있게 둘러보며 책을 감상하고, 읽고 싶은 책을 꺼내 든다.
내가 주로 들르는 곳은 신문과 잡지가 진열되어 있는 정기간행물 공간이다. 의자와 소파가 적당히 배치된 열린 공간에는 일간 신문은 물론 주간지, 월간지 등 각양각색의 잡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철학, 문학, 역사, 지리, 시사, 예술, 여행, 건강, 경제 등 전 영역에 걸쳐 모두 92종이나 되는 잡지가 있다. 세상의 모든 이슈를 담고 있는 것이다.
도서관의 다양한 장서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지식뿐만 아니라 생각할 거리도 제공해 준다. 가끔 잊고 살았던 것을 추억하게도 한다. 때론 가슴이 뛰게도 한다. 도서관까지의 왕복은 충분한 운동량을 제공해 준다. 스마트워치가 운동과 책을 연결해 주었다. 수지도서관과 나의 관계가 스마트워치의 축포 소리를 들으며 오래 지속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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