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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일기 1
글. 김진복(영진전문대학교 퇴임)
‘지혜롭게 살자’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세상을 살아가는 방편이라고 말한다면 지혜라는 단어의 무게가 너무 가볍다. 지식을 보탠 지혜가 살아가는 가치의 중심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삶이다. 직장에서 은퇴할 즈음 누구나 노년의 삶을 걱정하게 된다. 퇴직 전에 노후 계획을 세워둬야 한다는 말을 하지만 차일피일 하다 보면 실천이 쉽지 않다.
노후의 걱정은 경제적인 것도 있지만 맞닥뜨릴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이다. 풀어진 일상의 변화로 시간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세월의 흐름이 빠르다는 생각에 매인다. 자의든 타의든 막연한 기대 속에 살아가야 한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가끔 한 세기 넘게 산 사람도 있다. 누구든 오래 사는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노후 삶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다.

정년 후 노후의 삶을 좀 더 보람 있게 보낼 수는 없을까. 지나온 날들을 조명하면서 나름 노년생활에 가치와 이념을 만들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노년 경제, 여가선용, 건강관리, 가족 간의 관계 재설정 등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세는 살아온 경륜과 학습된 지식, 지혜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고정된 자기 틀에서 벗어나 환경 변화에 익숙해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노인이 되면 모든 면에서 뭔가 뒤처지는 느낌을 받는다. 자신감의 상실이다. 노인과 젊은이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간사회다. 100세 시대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양보하고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세상 변화에 사람 사는 법도 달라지고 있으니 노인으로서 살아가는 방편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아날로그에 길들여진 행태에서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지만 변화에 맞춰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디지털화는 젊은이들만이 누리는 문화가 아니다. 젊은이들이 잘 한다고 해서 생각 없이 의존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살아오면서 자신이 터득한 지혜와 지식을 변화에 맞춰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르면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 디지털 세대들은 IT가 생활화돼 있다. 손 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간다. 노인들의 스마트폰 활용은 제한적이지만 요즘은 폰 안 가진 사람이 없다.
자신도 모르게 디지털 시대에 순응하는 모습이다. 기계에 익숙하지 못한 노인 세대들은 기계 만지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 그래선지 좋은 스마트폰을 가졌어도 쓰임새는 아주 단순하다.

나는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의문이 생기면 따로 살고 있는 아들의 도움을 받는다. 원격 조정으로 내 컴퓨터 방에 들어와서 처리 방법을 가르쳐 주면 의문이 금방 풀리지만 아들에게 전부 맡기지 않고 설명을 들으면서 마우스는 내가 작동한다. 그래야 훈련이 되고 컴퓨터 다루는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씩 하나씩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는 학습을 해가는 것이다. 애플 폰을 사용한 지 15여 년 가까이 된다. 퇴직을 준비하고 있을 때 어느 통신사에서 폰 보급을 위해 직장을 방문하였다. 여러 기종 가운데 아들의 추천으로 아이폰을 선택했다. 그 인연으로 같은 기종만 사용하는 애플 마니아가 되었다. 2∼3년마다 새 폰으로 바꾸고 있다. 최근 새로나온 아이폰으로 바꾸면서 사용하던 구형 폰을 고3 손녀에게 주었더니 친구들이 부러워하면서 야단을 떨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애플 X를 사용한다고 했더니 모두 놀라더라는 것이다. 얼떨결에 디지털 멋쟁이 할아버지가 되었다.

내 스마트폰에는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가 많이 들어있다. 스마트뱅킹은 기본이다. 나의 의식은 고식적인 아날로그 프레임에 갇혀있지만 디지털시대에 맞추어 가는 노년 생활을 누리고 싶다. 가능하면 디지털 문명의 이기들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지하철 역사에는 만남의 광장이 있다. 만남의 장소지만 젊은이는 보이지 않고 깡그리 노인 판이다. 도심 속의 경로당이다. 모자를 안 쓴 노인이 없다. 벗겨진 머리를 남에게 보이기 싫어서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요즘 들어 언뜻언뜻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잦다는 느낌을 받는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군데군데 아쉬움이 묻어난다. 인지상정 100세 시대는 듣기 좋은 말이다.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거침없이 하면서 살고 싶다. 죽을 때까지 활동하고 죽을 때까지 배우면서 살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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