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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돋보기
글. 강성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베스트힐스병원 원장)
“아픈 사람들만 보다 보면 같이 우울해지지 않아?” 병원에서 일하다 보니 자주 받는 질문이다. 이 얘기에는 아파서 입원한 환자들은 모두 우울하고 불행할 것이란 전제가 깔려있다. 그렇다면 행복한 환자란 불가능한 것일까? 우리 뇌에서는 언뜻 어려운 일로만 느껴진다. 그게 이 기사의 ‘행복한 환자’란 제목을 처음 읽었을 때 당신이 고개를 갸웃했던 이유다.

‘입원’, ‘환자’란 단어에서 행복을 연결시키기 어려운 것은 부자, 인기, 건강, 이런 단어들에서 불행을 떠올리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제는 어떤가? 재벌과 인기 연예인의 자살이나 우울증 뉴스는 안타깝지만 반복해서 포털 첫 화면을 장식한다. 마찬가지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입원하지 않은 건강한 사람들만큼이나 행복한 경우가 자주 있다.

이런 착시현상은 우리 뇌의 일반화 오류 때문이다. ‘환자’는 한 사람의 여러 가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한 사람을 ‘환자’라고만 정의할 때 그 정의에는 수많은 다른 중요한 요소들이 빠져있지만, 우리 뇌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 사람의 성격, 직업, 재산, 친구, 가족, 치료받고 있는 질병 외의 다른 신체 상태, 가치관 등은 모두 생략된 채 오로지 ‘입원한 환자’라는 한 가지 사실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이런 선입견이 생긴다. 그렇다면 그 많은 행복의 요소 중 건강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
“사람들의 10대 시절부터 노년까지 전 생애를 연구해서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볼 수 있다면?” 정신과의사이자 하버드 의대 교수인 로버트 월딩어(Robert Waldinger)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1938년 이래 무려 80년간에 걸친 긴 연구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연구에서 724명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2년마다 참가자의 직업, 건강, 결혼, 가정생활, 사회적 성취, 친구 관계 등 삶의 전반에 걸쳐 조사하였다. 긴 연구 끝에 그가 찾은 답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답은 ‘관계’였다. 부부 관계, 형제와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 종교적 관계가 좋을수록 행복에 유리한 것으로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더 중요한 건 그들이 얼마나 많은 관계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만족스러운 관계를 가지고 있느냐였다. 즉, 관계의 양이 아닌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다정하고 끈끈한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느냐가 행복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실제 몸에 대한 치료 외에 우울증도 같이 치료해야 하는 환자도 있지만, 몸은 비록 병원에 있어도 처방하는 의사보다 더 행복한 환자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검색으로 찾은 자료들을 보여주면서 아빠가 빨리 낫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진심으로 궁금해하던 딸, 올 때마다 남편 손을 꼭잡고 기도하는 부인, 너무 자주 찾아와서 가족인줄 오해받았던 친구, 빨리 나아서 꼭 다시 같이 일하고 싶다 얘기하는 동료. 이런 관계들을 가진 환자는 단지 환의만 입었을 뿐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

당신은 행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기사에서 눈을 들어 앞의 가족을, 친구를 한번 천천히 바라보자. 그들이 당신이 아프고 힘들 때 기댈 곳이며 행복의 이유이고, 마찬가지로 당신이 그들의 기댈 곳이며 행복의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