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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바람 따라
글과 사진. 박동식(여행작가)
미지의 세계, 상족암군립공원
고성공룡박물관 마당에는 공룡을 형상화한 공룡탑이 우뚝 솟아있다. 실내로 들어서면 로비와 연결된 곳은 1층이 아니라 2층. 이곳에서 여행자의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거대한 공룡의 골격이다. 천장까지 오픈된 중앙홀에 전시된 ‘클라멜리 사우루스’ 골격은 2층 천장까지 닿을 정도다. 목이 워낙 길어서 살아 있는 공룡이라면 과연 머리를 제대로 가눌 수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박물관 마당의 공룡탑도 이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2층은 두 개의 전시실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전시실에는 다양한 공룡의 골격들이 전시되어 있다. 덕분에 공룡의 신체적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공룡의 발자국들을 살펴볼 수 있다. 고성에서 발견된 발자국들의 표본으로 공룡의 종류에 따라 발자국 모양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의 생태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1층 전시실은 백악기 공룡을 모아 놓았다. 특히 실제 모습을 재현해 놓은 ‘파키케팔로 사우르스’와 ‘트리케라톱스’는 생동감이 넘친다. 가상이긴 하지만 공룡과 누가 빠른지 달리기도 해볼 수 있고, 공룡의 뼈들을 직접 조립도 해볼 수 있다. 1층에는 공룡뿐만 아니라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의 다양한 화석들도 전시되어 있어 고대 지구의 생물들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01  공룡박물관 / 02  해안산책로 / 03  공률발자국
박물관을 돌아본 후에는 직접 발자국을 찾아 나설 차례다. 해안가로 이어지는 박물관 뒷마당은 다양한 공룡들을 재현해 놓아 마치 백악기로 돌아간 느낌이다. 사실, 공룡의 색깔은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비늘이 있었다는 것은 확인되었다. 그러니 재현해 놓은 공룡들은 어느 정도 인간의 상상력이 가미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해안가로 내려가면 목책 산책로가 설치되어 있다. 이 일대가 상족암군립공원이다. 그중에서 가장 큰 발자국은 계단 바로 아래에 있다. 한때 지구의 최고 강자였지만 이제는 화석이 되어 땅속에 잠들어 있는 공룡. 두 발을 모은 사람의 발자국보다도 큰 공룡의 발자국은 성큼성큼 걸어서 바다로 향하고 있다. 이 일대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화석지대이다.
04  병풍바위
고성에서 군대 생활을 했던 나에게 공룡 발자국은 조금 특별하다. 지금은 모두 철거되었지만 당시에는 해안가에 철책이 있었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초소들이 들어서 있었다. 해가 질 무렵 바닷가의 매복호로 경계 근무를 나갔고, 일출 무렵 철수해서 초소로 돌아왔다. 근무를 나갈 때 보았던 것들이 공룡 발자국이었다. 당시 공룡 발자국은 그저 바닷가에 아무렇지도 않게 방치(?)된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공룡의 발자국이란 주민들의 말은 믿지 못했다.
모양으로 보아서 분명 우연히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동물이 성큼성큼 걸어간 흔적과 매우 흡사했다. 하지만 바위는 용암이 굳어서 만들어진 것이고 그 위에 발자국이 남았다면 공룡이 굳지도 않은 뜨거운 용암 위를 걸어갔단 말이야?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무지했다. 공룡의 발자국은 용암 위를 걸어간 흔적이 아니다. 해안가의 진흙 위를 걸어간 흔적이다. 공룡의 발자국이 지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흙 위에 퇴적물이 쌓이고 오랜 시간이 흐르며 퇴적물이 암석으로 변한 것이다. 이후 물과 바람에 의해 퇴적층이 다시 깎여 나가면서 지금처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해안가의 목책은 공룡 발자국이 아니더라도 산책하기 매우 좋은 길이다.
목책을 따라 이어진 해안은 해식작용으로 빚어진 바위 암벽이다. 변산반도의 채석강과도 매우 흡사하다. 공룡의 발자국과 기괴한 모양의 암벽을 구경하다 보면 아담한 백사장을 만난다. 이곳을 지나 10분 정도 걸으면 ‘병풍바위’를 만날 수 있다. 말 그대로 12폭 병풍을 펼쳐놓은 것처럼 웅장한 모습이다. 정상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상족암군립공원 풍경도 일품이다.
이순신 장군의 애국충정, 당항포
‘당항포 국민관광단지’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충정을 엿볼 수 있는 곳이며 또한 공룡테마파크가 들어선 곳이기도 하다. 부지도 워낙 넓어 걸어서 다니려면 다리가 아플 정도이다. 당항포는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당항포해전 전승지다. 이순신 장군은 이곳 앞바다에서 선조 25년(1592년)과 27년(1594년) 두 차례에 걸쳐 왜선 57척을 전멸시켰다. 당항포는 해안 깊숙이 들어선 만이다. 당항포에는 조금 독특한 지명을 가진 곳들이 여럿이다. 핏골, 잡안개, 머릿개, 도망개, 군징이 등이다. 핏골은 회화면 당항리 동쪽 골짜기를 이른다. 전쟁으로 인해 골짜기가 피로 물들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회화면 배둔리의 잡안개는 임진왜란 때 왜병을 잡은 갯가라는 의미이다. 마암면 두호리의 머릿개는 전투에서 패하고 육지로 도망가던 왜병을 추격해서 목을 친 곳이고, 동해면과 거류면의 경계에 위치한 도망개는 왜적이 도망간 길목이란 것에서 유래했다. 동해면 장기리 서쪽의 군징이는 군사들이 진을 쳤던 곳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지명에까지 임진왜란 당시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곳이 바로 당항포이다. 관광지 내에는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기 위한 숭충사가 세워져 있다. 외삼문을 통과한 후 대리석이 깔린 진입로를 따라가면 계단이다. 계단을 올라가 다시 내삼문을 지나면 이순신 장군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본당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이순신 장군의 숨결이 느껴지는 엄숙한 장소이다. 매년 4월 23일에는 당항포 대첩제전향사를 봉행한다. 숭충사 인근에는 이순신 장군의 애국충정을 기리는 20m 높이의 전승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05  숭충사 / 06  수석전시관
숭충사에서 나오면 길은 고성자연사박물관으로 이어진다. 2층 규모에 총 10개의 전시실이 마련된 박물관에는 동물, 식물, 광물 및 생태계에 관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 인구는 해마다 1억 씩 늘고 있으나 각종 동식물은 오히려 해마다 2만 5천에서 5만 종씩 줄어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30년 안에 지구에 사는 생물종의 약 1/4 이상이 사라질 것이란 보고도 있다. 다음은 수석전시관이다. 수석은 형태와 색상과 고태미(古態美)를 고려해 가치가 결정된다. 형태는 수석의 3요소 중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으며 수석에서 가장 이상적인 색상은 진흑색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빛을 흡수하는 색일수록 좋은색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고태미란 오랜 세월의 흔적과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것을 말한다. 현재 수석전시관에는 273점의 수석이 전시되어 있다. 산수경석, 산형석, 폭포석 등 다양한 수석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당항포 국민관광단지에는 공룡의 고장답게 공룡테마파크가 들어서 있다. 공룡세계엑스포가 열렸던 장소이기 때문에 전시관도 다양하다. 모든 전시관을 꼼꼼하게 돌아보려면 반나절로는 모자라다. 가장 먼저 들러볼 곳은 ‘주제관’이다. 대형 로비에는 실제 공룡발자국 화석을 그대로 옮겨 놓은 대형 전시물이 눈길을 끈다. 모사품으로 의심하는 관람자들이 많지만 진품이기 때문에 만지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주제관 옥상 야외정원에서는 테마파크는 물론이고 당항포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주제관에서 나와 언덕을 내려가면 넓은 평지에 다양한 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무엇부터 돌아봐야 할지 우왕좌왕하기 십상이다. 가장 중요한 곳은 ‘공룡캐릭터관’과 ‘공룡발자국 화석관’이다. 공룡캐릭터관은 거대한 공룡 모양의 외관이 인상적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외관의 공룡과는 달리 귀여운 공룡들이 하나 가득이다. 공룡을 캐릭터화한 미니어처들이 전시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공룡발자국 화석관’에는 우리나라 각지에서 발견된 공룡의 화석 표본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이토록 많은 공룡 화석들이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는 1억 년 전 공룡들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셈이다.
함께 들러보세요!

송학동고분군
고성군 읍내에는 가야 시대의 고분군이 남아 있다. ‘송학동고분군’으로 알려진 이곳에는 가야 시대의 고분군 7기가 모여 있다. 모두 소가야 지배자들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제1호분은 모두 17기의 돌덧널과 돌방무덤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3기의 독립된 둥근 봉토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 위치 : 고성군 고성읍 송학리 일대
  • 개방시간 : 24시간
  • 참고 : 해안가 암석에 남아 있는 공룡 발자국은 물때에 따라 물에 잠긴다. 반드시 물때를 확인하고 썰물 때에 맞춰서 방문해야 한다.
한 번 맛보세요!

횟집촌
상족암군립공원에서 약 7km 거리에 있는 하일면은 횟집들이 몰려 있는 ‘횟집촌’이다. 작은 어촌이지만 여러 개의 횟집이 영업한다. 그중에서도 임포횟집은 봄의 진미인 도다리 쑥국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봄에 채취한 쑥국에 도다리 한 마리를 통째로 넣는다. 입안 가득 퍼지는 쑥 향과 부드러운 도다리가 조화를 이룬다.
  • 주소 : 고성군 하일면 학림5길 47-10
  • 전화 : 055-67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