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삶’을 말하다  >  인생일기 2
 
인생일기 2
글. 이윤배(조선대학교 퇴임)
몇 년 전에는 ‘웰빙(well-being)’이란 단어가 유행했다. 웰빙은 한 마디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뜻한다. 또 한때는 ‘나이를 잘 먹어야 한다’는 의미의 ‘웰에이징(well-aging)’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건강하고 멋지게 나이 드는 것’, 바로 웰에이징의 참모습이다. 늙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웰에이징은 안티에이징(antiaging)과 반대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안티에이징은 노화를 죽음에 이르는 과정으로 생각하며 노인을 쓸모없고 무기력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화두는 단연 ‘웰다잉(Well Dying)’이다. 웰다잉은 살아온 날을 정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행위 일체를 포함한다. 넓은 의미에서 웰다잉은 존엄사나 무의미한 생명 연장을 거부하는 DNR(Do Not Resuscitate)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즉 ‘깔끔하게 잘 죽는 것’으로, 보다 적극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존엄사는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해 인공호흡기 등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적 죽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으로 소극적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한 바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노인 사망자 수는 29만8,900명으로 30만 명에 거의 육박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다 인원을 경신했다. 고령 사회를 맞아 향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32만6,9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제 태어나는 인구보다 생을 마감하는 인구가 더 많아지는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존엄성을 지키며 인생을 아름답게 잘 마무리하고자하는 이른바 웰다잉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하지만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내의 현실은 아직 걸음마 수준으로 미미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최고 수준의 노인 자살률이다. 2017년 기준 10만 명당 노인 자살자 수는 47.7명으로 전체 평균(24.3명)의 약 2배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8.4명)과 비교해도 거의 3배 수준이다. 우리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률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리고 65세 이상 인구의 빈곤율 또한 48.8%로 OECD 노인 빈곤율 평균(12.1%)보다 4배 가까이 높다. 이 역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러한 이유로 노년에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스스로 삶을 정리할 수 있게 하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극단적 선택’ 역시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행히 존엄한 죽음과 상반된 자살을 막기위한 법·제도의 보완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국회 자살 예방포럼이 3월 6일 발의한 ‘자살예방법’ 개정안은 자살, 특히 노인 등 취약계층의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사회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점을 크게 전환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일본, 덴마크 등 다른 나라의 경우, 자살을 개인 문제로 보지 않고 국가와 지방정부, 민간단체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펼쳐 자살률을 낮춰 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3년간 2명의 한국인이 스위스의 비영리단체 디그니타스(DIGNITAS)에서 안락사, 일명 ‘조력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락사 합법화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조력자살이란 의료진으로부터 조력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로써 스위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국민과 외국인 모두에게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에 가 안락사를 하기 위해서는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든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내에서도 안락사를 합법화해 달라는 청원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양극화와 존엄한 죽음을 맞기 위한 인식 부족이 여전히 ‘웰다잉’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안락사의 경우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치료 불능 환자나 중증 치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 그리고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마냥 손 놓고 안 된다고 안락사를 반대만 할 일만은 아닌 듯싶다. 물론 생명은 소중하고 고귀한 것으로 그 누구도 인위적으로 해(害)할 수 없다. 또 살아야 할 사람과 죽어야할 사람을 선별하는 것 자체가 한 마디로 언어도 단이다. 그러나 환자 본인이 희망하고 가족들이 수긍하고 의사와 변호사 같은 제삼자의 전문가가 인정했을 때 허용한다면 되지 않을까. 이제부터라도 안락사 문제에 대해 진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치병 환자나 중증 치매 환자들에게 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곳에서 현대판 유배(流配) 생활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고통 없이 죽을 권리마저 빼앗는 또다른 인권 침해인 까닭이다.
<인생일기> 독자 참여 안내
「사학연금」에서는 연금수급자 선생님의 일상이 담긴 수필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학연금과 관련된 연금수급 에피소드, 제휴복지서비스를 이용한 가족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권을 드립니다.
  • 원고분량 : A4 1장 반 내외(글자 크기 10포인트 기준)
  • 참여방법 : magazine@tp.or.kr로 이름, 전화번호와 함께 작품을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