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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돋보기
글. 강성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베스트힐스병원 원장)
정년연장 논의가 한창이다. 2019년 지금 정년연장이 이슈인 것은 100세 시대가 바로 눈앞에 도래했기 때문이다. 여성 85.7세, 남성 79.5세가 현재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이다. 40년 전과 비교하면 자그마치 18년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수명연장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의학의 발달이 가져온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축복의 크기만큼 그늘의 크기도 커졌다. 과거의 방식은 두 명, 세 명의 자녀들이 은퇴하신 부모님 두 분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몇 년간 부양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100세 시대에도 그 공식을 똑같이 집어넣을 수 있을까? 자녀의 수는 한 명으로 줄었는데, 그 한 명이 은퇴 후 길게는 40년이나 지속될 부모 두 분의 삶을 책임질 수 있을까를 묻는 것이다. 물론 불가능하다. 과거의 공식이 폐기된 것이다. 그렇다면 새 시대의 공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100세 시대를 맞아 새롭게 정의한 UN의 나이에 따른 생애주기는 다음과 같다. 17세까지를 미성년, 17세에서 65세까지가 청년, 65세에서 79세까지가 중년, 79세에서 99세까지를 노년으로 나눈다. 지금의 60세를 과거의 40세와 같다고 보는 것이다. 사회적 변화는 이러한데 현재 제도들은 이전의 70세 생애주기에 맞춰서 짜여 있다. 100세 시대를 사는 현실의 우리와 과거의 제도가 부딪히는 것이 바로 지금 일고 있는 정년연장에 대한 논쟁인 것이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들의 대응을 살펴보자. 미국은 정년이 없고, 영국도 2011년 65세이던 정년 제도를 폐지했다. 독일과 일본도 정년을 이미 65세로 연장했다. 노인 인구비율이 빠르게 늘어나는 나라들은 모두 같은 문제를 맞닥뜨렸던 것이다.
외국의 사례처럼 정년이 연장된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100세 시대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와도 맞물린다. 자동화와 기계화, 인공지능의 도래는 점점 고용을 줄여나갈 것이다. 때문에 100세 시대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느린 제도의 변화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가속화되는 수명연장과 자동화에 맞춰 개인이 먼저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일의 미래」의 저자인 런던 경영대학의 린다 그랜트 교수는 전통적인 삶의 방식, 즉 ‘교육 → 일→ 은퇴’로 이뤄지는 3단계의 삶은 끝났다고 단언한다. 앞으로는 ‘다단계로 펼쳐지는 삶’ 즉,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재충전과 재교육이 이뤄지는 삶을 살게 되리라 전망한 것이다. 사회적 정년을 맞이한 후에도 40년을 살게 되는 삶에서는 은퇴 전 준비해놓은 ‘재산’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집과 통장 같은 ‘유형재산’ 말고도 일할 수 있는 ‘건강’과 뭔가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과 ‘지식’, 그리고 ‘사회적 관계’ 같은 ‘무형재산’을 미리 준비한 사람이어야 더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

100세 시대의 60세는 과거의 40세와 같다고들 얘기한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오늘 60세 생일을 맞이했다면, 과거의 40세처럼 남은 삶을 바라보고 준비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