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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바람 따라
글과 사진. 박동식(여행작가)
싱그러운 녹음, 아침고요수목원
숲이 가장 풍성할 계절이다. 새벽이슬과 한낮의 태양 빛을 받고 풀과 나무들이 왕성하게 자란다. 가평 축령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아침고요수목원은 한 사람의 손길에 의해 황무지에서 아름다운 정원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화전민이 정착해 염소를 키우던 돌밭 산기슭이 지금의 모습을 얻기까지는 약 25년이 걸렸다. 수목원 입구에 들어서면 방향을 잡는 것조차 난감할 수 있다. 초입부터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초행자라면 우측 길로 방향을 잡는 것이 좋다. 길은 내리막이고 곧바로 툇마루가 있는 한옥을 만나게 된다. 한옥 안에는 수목원 25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황무지에서 아름다운수목원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수목원의 역사를 알고 난 후에는 작은 풀조차도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전시관을 나오면 길은 허브정원으로 이어진다. 꽃도 탐스럽지만 향기가 더욱 매력적인 정원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연신 눌러댈 수밖에 없는 정원을 지나면 데크 계단이 나타난다. 언덕 오르는 것이 귀찮을 수도 있지만 빼놓으면 아쉬운 곳이다. 수목원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 계단이기 때문이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수목원 전경이 점점 넓게 펼쳐진다. 사람들의 모습이 아득해질 때쯤에는 고산암석원을 만날 수 있다. 암석과 폭포, 각종 화초들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고산암석원은 수목원 전경뿐만 아니라 산수화를 닮은 조경까지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계단이 귀찮아 지나친 사람들은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계단을 내려와 다시 산책로로 접어들면 구불구불한 몇 갈래의 길이 나타난다. 이번에도 우측 언덕길을 선택하자. 키 큰 소나무 사이를 지나면 자작나무 길을 만난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작은 예배당이 세워져 있다. 숲속의 하얀 예배당은 아침고요수목원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금방이라도 화관을 쓴 신부가 신랑의 팔짱을 끼고 걸어 나올것 같다. 한 번쯤 꿈꾸게 되는 숲속 작은 예배당에서의 소박한 결혼식. 어쩌면 그 꿈을 이곳에서는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배당을 뒤로하고 언덕을 내려오면 아침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넓은 잔디마당이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마저 초록으로 물들 것 같은 곳이다. 잔디마당이 끝날 무렵에는 스트림 정원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개울과 연못 위로 다리가 놓여 있다. 주변에는 수생식물들이 가득하다. 조금 더 안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서화연이다. 수련이 가득한 연못 측면에는 무지개 모양의 돌다리와 육각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수목원에서 가장 한국적인 정원이다. 연못을 돌아 반대편으로 가면 나무 그늘에 벤치가 놓여 있다. 이곳이 수목원의 끝자락이니 벤치에 앉아서 찬찬히 서화연을 감상하는 것이 좋다. 메인 무대를 가장 마지막에 올려놓는 공연처럼 수목원 끝자락에 자리한 서화연. 곡선과 여백이 어우러진 서화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 속에 고요함과 여유로움이 찾아온다.
이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되돌아 나갈 시간이다. 하지만 아직 수목원의 모습은 끝이 아니다. 올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면 당연히 오른쪽 산책로를 선택해야한다. 결국 수목원을 타원형으로 한 바퀴 도는 셈이다. 되돌아 나오는 산책로에서 빼놓아서는 안 될 곳이 하경정원과 수국정원이다. 하경정원은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 내내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되는 정원이다. 계절에 맞게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지만 수시로 화초를 옮겨심기도 한다. 하얀 덩굴장미가 풍성하게 핀 터널을 지날 때는 유럽의 고성 정원이 떠오를 정도다. 수국정원은 여름 한 철 빛나는 곳이다. 보라색과 붉은색 수국은 진하지 않아서 더욱 고급스럽다. 한 움큼 피어난 꽃은 더 이상의 장식 없이 리본만 묶어도 아름다운 부케가 된다. 정원 복판에는 하얀 천이 걸린 나무 캐노피가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누구나 영화 포스터의 주인공이 된다.
어린왕자의 나라, 쁘띠프랑스
쁘띠프랑스는 프랑스의 마을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쁘띠프랑스를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그저 이국적인 풍경에 그칠 수 있는 건물들이 ‘어린왕자’로 인해 생명을 얻었다. 쁘띠프랑스 건물 곳곳에는 어린왕자의 스토리들이 숨어 있다. 소설 속 화자는 어린 시절 화가를 꿈꾸었다. 하지만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뱀의 그림을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자 화가의 꿈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는 비행기 조종사가 되었다. 세상 곳곳을 누비던 그는 어느 날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다. 정비사도 승객도 없이 홀로 사막에 떨어진 그는 사막에서 어린왕자를 만난다. 어린왕자는 그가 어릴때 그렸던,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뱀 그림을 한번에 알아보았다. 그는 어린왕자에게 지구 밖의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어른들에게 더욱 감동적인 ‘어린왕자’를 읽다 보면 진정 세상에 ‘어린왕자’ 같은 누군가가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결코 어린왕자가 될 수 없지만 그런 사람 하나쯤 존재해야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 그런 소망을 가졌던 독자라면 쁘띠프랑스에서 조금은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쁘띠프랑스에 들어선 후 우측 계단을 오르면 분수광장이다. 규모는 작지만 유럽의 광장 풍경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이다. 물을 내뿜는 잉어를 감싸고 있는 두 명의 아이는 ‘오줌싸개 소년’처럼 벌거벗은 모습이다. 분수광장을 감싸고 있는 건물 중 하나가 생텍쥐페리 기념관이다. 작가의 일생과 작품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어린왕자’의 화자처럼 생텍쥐페리도 실제 비행사였다. 프랑스 생텍쥐페리 재단과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세운 기념관이라 소장품들도 매우 훌륭하다. 생텍쥐페리의 육필 원고와 삽화까지도 감상할 수 있다. 생텍쥐페리 기념관 뒷길은 ‘어린왕자 길’이다. 곳곳에 어린왕자의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사막여우와 서 있기도 하고, 날아가는 새들을 붙잡고 있기도 하지만 한결같이 행성 위에 올라선 모습이다. 물론 쁘띠프랑스에 어린왕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마을답게 프랑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전시관이 여럿이다. 프랑스 전통주택 전시관은 18세기 실제 프랑스 주택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곳이다. 목재 기둥과 바닥 타일은 물론이고 각종 가구와 생활소품들 모두 프랑스 고택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엔티크 도자기 전시실에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의 도자기 인형들을 전시해 놓았다. 회화처럼 섬세한 표정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공연도 있다. 그 중 오르골 시연은 오르골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골동품에 가까운 오르골들의 실제 시연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오르골은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하기 전까지 유럽인들이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애용하던 도구였다. 청명한 음색의 오르골 연주는 동심의 세계를 자극한다. 원형 야외극장에서 펼쳐지는 마리오네트 공연은 쁘띠프랑스의 특별한 볼거리 중 하나이다. 체코의 전통인형인 마리오네트는 정교한 몸동작 때문에 어른과 아이들 모두 즐거워하는 공연이다. 인형은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날기도 하고, 사람에게 다가와 키스를 하기도 한다. 웃음과 감탄이 쉴새 없이 터져 나오는 공연이다. 아침고요수목원과 쁘띠프랑스에서의 하루는 세상에 없는 시간이다. 나만을 위해 마련해 놓은 축제 같은 날. 그래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하루다.
함께 들러보세요!

경기도 잣향기푸른숲
80년이 넘는 수령의 잣나무들이 가득한 숲이다. 사람의 손길을 최대한 배제한 숲이라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숲 체험과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매우 훌륭하다. 인터넷을 통한 사전 예약은 필수이다.
  • 주소 : 가평군 상면 축령로 289-146
한 번 맛보세요!

잣두부와 잣순두부
잣은 가평의 대표적 특산물이다. 잣을 이용한 잣두부와 잣순두부는 다른 지역에서는 맛보기 힘든 요리다. 잣두부와 잣순두부는 보통의 두부와 순두부보다 훨씬 고소하다. 잣은 견과류 중에서도 비타민 B와 철분 함유량이 높은 편이다. 참고로 잣에 포함된 지방은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이다.
  • 송원 : 가평군 상면 수목원로 72 / 전화 031-585-5571 / 잣두부정식 12,000~15,000원
아침고요수목원
  • 주소 : 가평군 상면 수목원로 432
  • 전화/영업시간 : 1544-6703 / 08:30~20:00(연중무휴)
  • 가격 : 어른 9,500원, 청소년 7,000원, 어린이 6,000원
쁘띠프랑스
  • 주소 : 가평군 청평면 호반로 1063
  • 전화/영업시간 : 031-584-8200 / 09:00~18:00(연중무휴)
  • 가격 : 어른 10,000원, 청소년 8,000원, 소인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