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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돋보기
글. 양은우(한국능률협회 전임교수, <관찰의 기술>,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 저자)
인간의 진화 수단은 ‘사회화
동물과 달리 날카로운 발톱이나 이빨 등 자연에서 홀로 생존할 수 있는 신체적 공격무기를 갖추지 못한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힘을 모아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웠다. 따라서 개인적인 공격력 대신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와 협동을 통해 생존능력을 극대화하는 사회화를 진화의 수단으로 선택하였다. 인간의 뇌도 그에 적합하도록 발달하여 왔는데, 인간의 뇌는 코끼리나 고래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신체 크기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크다. 이를 대뇌화라고 하는데, 신체 유지에 필요한 것보다 잉여 용량이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 중 하나가 ‘사회적 뇌’ 가설로,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기 위해서 인간의 뇌가 커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인간은 다른 사람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음을 나타낸다.
집단에서 소외된다는 것은
신경과학자들에 따르면 집단에서 소외되면 두뇌의 사회적 네트워크 부위가 활성화되는데, 이 부위는 굶주림이나 타인으로부터 위협을 당할 때도 동일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두 부위가 동일하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소속되고 싶은 욕구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대등한 수준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UCLA 나오미 아이젠버그 박사는 집단에서 소외당했을 때 느끼는 고통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 참가자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다른 두 명의 참가자들과 공을 주고받도록 하는 사이버 게임을 개발하였다. 실제 게임에 참여하는 상대방들은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였지만 실험 참가자에게는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fMRI를 이용하여 참가자의 뇌 상태를 관찰하였다. 실험이 시작되면 한동안은 참가자와 실제로는 컴퓨터인 다른 인물들이 서로 활발하게 공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컴퓨터 속 인물들은 실험 참가자를 배제한 채 자기들끼리만 공을 주고받는다.
이는 참가자가 소외감을 느끼도록 사전에 의도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것이다. 참가자들은 다른 두 명의 상대가 자신에게 공을 던져주지 않자 심한 소외감을 느꼈는데, 그 순간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부위 중 하나인 전대상피질이라는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이 부위는 사람들이 신체적인 고통을 겪을 때 활성화되는 부분과 동일하다.
실험이 끝난 후 참가자 중에는 눈물을 글썽이거나 지나치게 소외감을 느낀 나머지 화를 낸 사람도 있었으며,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라는 설명을 듣고서도 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기도 했다. 결국 다른 사람들로부터 소외되는 것은 무시하기 힘든 고통과 분노를 안겨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관계에서 비롯되는 건강 그리고 행복
인간은 다른 인간들과 어울려 집단적으로 생활할 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으며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미국 브리검영대 줄리안 홀트-룬스타드 교수에 따르면 사회생활이 빈약하거나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일찍 죽을 확률이 50% 높다고 한다. 대인관계가 적은 것은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것과 맞먹는 나쁜 영향이 있으며,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나 비만보다 해롭다고 한다. 나아가 사회적인 고립은 뇌에 좋지 못한 화학물질의 축적을 불러일으키고 이것이 공격성을 높이는 등 부작용을 낳는다고 한다.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는 정신적 행복과 함께 신체적 건강도 유지시켜준다. 시카고 대학의 존 카치오포 교수는 외로운 사람과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사이에는 혈압이 30만큼이나 차이가 난다고 한다. 또한 사회적 관계가 좋지못한 사람들은 뇌졸중과 심장병으로 사망할 위험도 현저히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은퇴 이후 자의적 혹은 타의적 이유로 인해 사회적 관계가 소홀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육체적 건강과 함께 삶 자체를 피폐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덴마크 철학자인 키르케고르가 ‘행복의 90%는 인간관계에서 온다’고 언급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노년의 삶을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나 홀로’가 아닌 적극적인 대인관계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미활동을 즐기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재능을 이용하여 봉사활동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비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