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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러 갑니다
글. 이행림 / 사진. 김정호
봉사단, 유해식물 제거에 나서다
사학연금 서울지역 봉사단(이하 ‘봉사단’)이 ‘유해식물 제거’라는 미션을 받고 모여 있다는 암사생태공원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그런데 봉사활동 중이 아니라 교육이란 걸 받고 있었다. “무슨 교육인가요?”라고 묻자 봉사단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김진극 단원이 생태교육이라고 알려주며 봉사 전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오늘 저희가 할 일이 유해식물 제거인데, 그러려면 약간의 사전 지식이 필요해요. 아무거나 막 뽑으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생태교육을 받고 있는 겁니다. 원활한 봉사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죠.” 단원들은 생태교육을 통해 공원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을 청취하고 생태교란종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 뒤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섰다. 봉사활동은 총 세 팀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1팀은 광나루한강공원 자전거도로 옆에 식생하는 생태교란식물인 환삼덩굴과 서양등골나물 제거 작업을 맡았고, 2팀은 태풍피해를 입은 나뭇가지 정리와 서양등골나물 제거 작업을, 3팀은 생태공원 홍보 플래카드 설치 작업 지원을 맡았다. 봉사 구역과 할 일이 정해지자마자 거기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단원들, 시작부터 믿음직스럽기 그지없다.
봉사단에게 봉사란 ‘즐거운 것’
공원에 이토록 할 일이 많았던가. 봉사단의 뒤를 쫓다 보니 온통 일거리였다. 생태교란종인 환삼덩굴과 서양등골나물 등이 공원 곳곳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었고, 죽은 나뭇가지에 지난 태풍으로 인해 부러진 나뭇가지까지 더해져 치울 거리가 산더미였다. 봉사단 총 25명 중 이날 봉사에 참여한 인원은 15명. 아무래도 15명이 한 사람 이상의 몫을 해내야 할 것 같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다들 ‘열심’이셨다. 거기다 표정들은 어찌나 밝으신지 많은 일거리에도 불구하고 봉사 현장이 화기애애하다.
“제 전공 분야가 아니라 서툰데도 재밌는 거예요. 낯설고 서툴지만 재밌고 즐거워요.”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임하고 있는 최은선 단원. 그녀는 봉사단이 출범했던 2017년도부터 지금껏 봉사단과 함께해 오고 있었다.
“제가 2017년도에 퇴직을 했는데 그해에 마침 봉사단을 모집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원을 했는데 다행히 경쟁률이 높았는데도 불구하고 봉사단 1기 멤버가 될 수 있었죠. 봉사활동은 봉사단에 들어오기 전에도 많이 했었어요. 제가 간호직이라 주로 의료봉사를 많이 나갔었고 다른 봉사들도 틈나는 대로 했었어요. 봉사단 들어와서도 근무했을 때처럼 의료봉사를 나간 적이 있어요. 다른 데랑 여기 봉사단이랑 매칭해서 저는 간호 분야 관련된 봉사하고, 다른 단원분들은 환자 안내 등 진행 부분을 맡아주셨죠. 봉사단 활동에 대한 보람이라고 한다면 직장 다니면서 했던 일들이 사회에 도움이 되니까 좋고, 저한테도 삶에 활력소가 돼줘서 좋아요. 퇴직하고 침체돼 있는 분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거든요. 갑자기 일자리가 없어지면 그럴 수 있잖아요. 그리고 또 좋은 점은 아는 게 많아진다는 거예요. 공원 봉사만 하더라도 나뭇가지 치는 법, 텐트 접는 법 등 많이 배웠거든요. 그런 거 말고도 우리 단원들이 각 분야 전문가분들이시라 배울 게 참 많아요. 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봉사단 활동을 하고 싶어요. 봉사라는 게 한 번 하고 마는 게 아니니까요.”
한 번 하고 마는 봉사가 아니기에, 지칠 법도 하건만 파이팅 넘치는 건 최은선 단원. 그녀와의 인터뷰를 끝내자 또 한 명의 파이팅 넘치는 단원이 눈에 들어왔다. 빠른 손놀림으로 죽거나 꺾인 나뭇가지들을 정리하고 있는 강길훈 단원이었다.
“저는 2기에 들어와서 3기에도 활동을 하게 됐어요. 그러니까 지금 2년째죠. 퇴직한 지는 5년 됐는데 한국체육대학 초빙교수로 재취업해서 지금도 일하고 있어요. 오늘도 강의하고 와서 봉사활동 하는 거예요. 재취업 상태라 바쁘긴 하지만, 나의 시간 할애가 다른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봉사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요.”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기를
자리를 옮겨 자전거도로 옆에서 들판의 무법자라 불리는 환삼덩굴과 씨름 아닌 씨름을 벌이고 있는 단원들을 만났다.
“지금 갈대가 올라와 있는 게 맞는 상태인데, 환삼덩굴이 갈대 위를 다 덮어버려서 빨리 제거해줘야 해요. 이게 한 번에 완벽하게 제거가 안 돼요. 매년 해줘야 해요. 안 그러면 그 밑에 갈대들이 다 죽어버려요.” 다 같이 더불어 살면 좋은데 가시박, 단풍잎돼지풀, 환삼덩굴, 서양등골나물 등의 외래종들은 생태계를 교란하고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주범이었다. 그래서 봉사단에게 유해식물 제거 미션이 떨어진 것이었다. 미션 성공을 위해 낫과 갈고리를 챙겨 들고 덩굴 사이를 헤치고 있는 단원들, 그중 황현락 단원에게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 사연을 물었다.
“작년에 퇴직했어요. 퇴직하고 나서 보람 있는 여생이 뭘까, 하고 고민하다가 사학연금 봉사단에 들어오게 됐죠. 재직시절에는 대학생들과 해외 봉사를 대여섯 차례 나갔어요. 필리핀, 베트남, 몽골, 라오스…, 그렇게 쭉 다니면서 봉사라는 게 그 사람들한테도 도움이 되지만, 일하는 우리한테도 굉장히 보람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터라 봉사단에 들어오게 된 것 같아요. 일만 보면 별 상관없지 않나 싶지만 지금하고 있는 봉사활동들이 제 전공과 무관하다고 볼 수가 없어요. 제 전공이 법학이고 경찰학인데, 그게 다 국민을 위한 봉사가 전제되는 것들이니까요. 물론 그래봤자 여기서 저는 초짜입니다(웃음). 저보다 훨씬 더 오래 하신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께 많이 배우고 있죠. 요즘 100세 인생 그러는데, 긴 인생을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기여한다는 성취감도 중요하다고 봐요. 우리의 일이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다는 데서 오는 성취감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거든요.”
봉사활동의 기쁨만을 이야기하는 황현락 단원에게 “힘들진 않으세요?”라고 묻자 “힘들면 쉬었다 하면 되죠.”라는 답이 돌아온다. 우문현답이다.
봉사도 좋지만, 더 좋은 건 함께하는 사람들
힘들면 쉬었다 하면 된다는 말은 말뿐인 듯 작업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누구 하나 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단원들에게 김진극 단원은 서두르지 말 것, 다치지 말 것을 늘 강조한다고 한다. 단원들 중 이곳 한강 변에서 가장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온 사람답게 ‘안전’의 중요성을 알고 그에 대한 지침을 주려는 것이다.
“2010년에 퇴직하고 3년 정도 더 직장생활을 한 후에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제 첫 봉사지가 여기예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강에 봉사하러 오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학생들, 일반인들, 단체들까지. 그런데 이런 봉사자들이 오면 우선 안전교육을 해야 하고, 작업 방법을 알려드리면서 봉사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가이드를 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인력이 부족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 역할을 해보겠다고 나서게 됐죠. 어떤 일이냐면 공원 측 미션을 받아 봉사자분들 인솔해서 봉사할 장소로 이동한 다음 미션을 수행하는 거예요. 이곳 봉사가 어떻게 보면 허드렛일인데, 그렇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요.” 김진극 단원의 얘기를 받아서 유해식물 제거 중이던 단원 한 명이 “이 일에는 우리가 적격이에요. 사람은 무조건 움직여야 해요. 그래야 건강해져요.”하며 밝게 웃는다. 그 밝은 웃음에 화답하듯 김진극 단원도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여기 나오시는 분들은 표정이 다 밝아요. 그런 마음이 없으면 봉사 못 해요. 봉사원칙 가운데 하나가 ‘자발성’이죠. 내가 하고 싶어서 나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불평이 없고 다들 즐거운 거죠.”
그에게 특별히 더 자발적으로 잘 참여해주고 계신 분을 꼽아달라고 하자 “많은데….” 하며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오경탁 단원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선호하는 봉사활동만 하려는 분들도 없잖아 있는데, 오경탁 단원은 안 가리고 굉장히 열정적으로 참여해주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그렇다면 오경탁 단원의 이야기를 또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까진 최소 두 명 이상 활동해야 인정해줬는데, 금년도는 개인 활동도 인정해주기 때문에 잘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전 봉사단 단원들 얼굴 보려고 나와요. 여기에 1기, 2기, 3기분들이 두루 다 계신데 각자 개성도 뚜렷하시고 배울 점도 많고…. 저는 하여튼 사람 만나는 게 좋아서 나와요. 그리고 저는 사학연금 봉사단이 자랑스럽습니다. 이 봉사단 조끼를 입고 있으면 사람들이 물어봐요, 사학연금 봉사단이 뭐냐고. 그럼 아주 자랑스럽게 저희 소개를 합니다.
저는 오지 말라할 때까지 봉사단 활동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곁에 있던 최기석 단원도 같은 생각을 전한다.
“집안에서 가족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밖에 나와 봉사활동 하면서 선생님들과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또 사회 전반에 대한 정보도 나누다 보니까 삶이 더 윤택해지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저도 여기 오면 가장 좋은 게 사람을 안다는 거예요. 퇴직하고 집에만 있다 보면 외톨이가 될 수 있잖아요. 여기 나오면 농담 주고받느라 웃음이 끊이질 않아요.”
가을의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공원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신혜란 관리사무소 사무국장은 공원 하루 유동인구가 상당한데 사학연금 봉사단의 수고 덕분에 이곳에 산책이나 운동 나온 분들이 보다 쾌적하고 안전하게 가을을 즐길 수 있다며 봉사단에게 감사를 표했다.
“유해식물들이 나무라든지 대지를 다 덮고 있거든요. 그걸 걷어줘야 봄에 꽃이 올라와요. 봉사단 도움 덕분에 지금 유해식물이 많이 줄었어요. 또 여기 하루 유동인구가 꽤 돼요. 때문에 공원 방문객들의 시야를 가린다든지 다치게 할 만한 것들을 미리미리 치워줘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도 봉사단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세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사학연금 서울지역 봉사단! 이곳 암사생태공원에 깃든 가을이 유난히 더 아름다운 것은 그들의 땀과 열정 때문일 것이다. 그 뜨거운 열정으로 내년에는 더 멋진 활약상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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