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의 시절에 부쳐

박기윤 경산여자상업고등학교 재직

감염의 시절에 부쳐

박기윤
경산여자상업고등학교 재직

흔들리는 세상.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미생물에 의해 세상이 어지럽다.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는 소중한 목숨과 더불어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더없이 중요한 것들이 또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던 감염의 시간. 이 괴물은 쉽게 꼬리를 내릴 기세가 아니다. 마스크 한 장에 가려진 침묵. 그 침묵이 있기 전의 시간에서 헛된 말들로 가볍게 살아온 삶들을 돌이켜본다. 보이지 않는 공포가 시간을 묶어두고 있다. 이 감염의 시절에 무력한 존재의 눈에 비친 영상들을 본다. 멈춰 버린 듯 더디 가는 일상 속에서 나를 놀라게 하는 것들에 귀를 기울인다.

어둠 속에 피는 꽃
이마에 굵은 자국들. 의료용 마스크를 벗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의료진들의 사진을 본다. 그들이 입고 있는 바이러스 방지용 비닐 옷이 전장의 갑옷처럼 무겁고 축축해 보인다. 땀조차 마음껏 닦을 수 없는 시간과 상황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무엇으로 지친 저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을까. 어떤 위로가 저들의 젖은 육신을 달래어 줄 수 있을까. 꽃 피는 이 계절. 꽃이 폈는지, 꽃이 언제 왔는지도 모르며 위험 속에 사는 저 사람들. 어두울수록 빛나는 꽃.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서있는 저들은 어둠 속에 피는 꽃이다. 세상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다운 꽃이다. 고통을 삼키고 오직 하나의 생각으로 세상의 빛이 되는 저들이 있어 꽃이 피는 이 시절을 실감한다.

멀어진 만큼 더 가까워지는 것들

거리를 두면서 사람들을 보라고 한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삼가는 게 감염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이야기다. 사람들과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가치를 새삼 깨닫는다. 멀어지지 않아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사회적 거리 두기는 나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임을 일깨워 준다. 멀어진 만큼 가까이하고 싶은 것들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는 시간이다. 언젠가는 손을 잡을 것이다. 그 누구의 손을 편하게 잡고 인사를 나눌 시간이 분명 올 것이다. 그때는 먼저 손을 내밀어 보리라. 나로 인하여 멀어졌던 이들에게 나의 손을 내밀어 볼 것이다. 다가가서 멀어졌던 만큼 더 가까이 마주할 사람들의 눈을 바라볼 것이다.

줄이면 밝아지는 것

하늘이 맑아졌다. 대기오염이 심한 나라의 하늘이 맑아졌다는 말이다.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그런 것 같다. 화석연료를 쓰는 공장이 문을 닫고 거리를 질주하는 차들이 멈추니 대기는 깨끗해질 수밖에 없다고 환경 전문가들이 해석했다. 도시 가운데를 흐르는 강물 아래 강바닥이 보인다. 평소대로라면 회색빛의 탁한 물 위로 곤돌라가 떠다니는 어느 나라의 관광명소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없으니 물은 강바닥이 보일 정도로 깨끗해졌다고 한다.

줄이면 맑아지는 것이 멀리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하루 세 끼씩 꼬박꼬박 챙겨 먹던 삼식이가 일식이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한 끼는 제대로 챙겨 먹고 나머지는 간식으로 하루를 버티기로 하였다. 처음 며칠은 허기를 느꼈다.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니 운동량은 줄고 몸은 그다지 많은 에너지가 필요 없었다. 나의 몸이 가벼워졌다. 위장을 비우고 보니 겨우내 볼록 나왔던 아랫배가 조금 들어간 것 같다. 그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은 잡다한 생각으로 가득했던 머릿속이 개운하고 가벼워진 느낌이다. 허기짐을 참지 못해 허겁지겁 헤매던 행동들이 부끄럽다. 본능적으로 무엇이든 채우려고만 했던 시간 또한 얼마나 무모한 짓이었던가. 이제 무엇을, 어떻게 줄이는 게 더 가볍고도 밝은 삶이 될는지를 고민해볼 시간이다.

바이러스는 너무 작다. 눈에 보이지도 않아 전자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겨우 보인다. 작디작은 바이러스에 눌려 꼼짝 못 하는 인간. 이 세상을 뒤덮고도 남을 그 커다란 몸통을 의식하지 못하고 내가 만들어 놓은 근심 덩어리가 더 크게 보인다며 호들갑 떨었던 시간은 얼마나 부끄러운 이야기인가. 바이러스는 가난한 자나 백만장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바이러스 앞에 인간 스스로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궁핍함 속에서도 풍요를 느끼기를 소망하고, 주어진 일에 소중함을 느껴야 한다. 모든 순간이 정말 소중한 시간임을 돌이켜볼 수 있기를 이 감염의 시절에 생각한다.

흔들리는 세상.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미생물에 의해 세상이 어지럽다.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는 소중한 목숨과 더불어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더없이 중요한 것들이 또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던 감염의 시간. 이 괴물은 쉽게 꼬리를 내릴 기세가 아니다. 마스크 한 장에 가려진 침묵. 그 침묵이 있기 전의 시간에서 헛된 말들로 가볍게 살아온 삶들을 돌이켜본다. 보이지 않는 공포가 시간을 묶어두고 있다. 이 감염의 시절에 무력한 존재의 눈에 비친 영상들을 본다. 멈춰 버린 듯 더디 가는 일상 속에서 나를 놀라게 하는 것들에 귀를 기울인다.

어둠 속에 피는 꽃
이마에 굵은 자국들. 의료용 마스크를 벗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의료진들의 사진을 본다. 그들이 입고 있는 바이러스 방지용 비닐 옷이 전장의 갑옷처럼 무겁고 축축해 보인다. 땀조차 마음껏 닦을 수 없는 시간과 상황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무엇으로 지친 저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을까. 어떤 위로가 저들의 젖은 육신을 달래어 줄 수 있을까. 꽃 피는 이 계절. 꽃이 폈는지, 꽃이 언제 왔는지도 모르며 위험 속에 사는 저 사람들. 어두울수록 빛나는 꽃.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서있는 저들은 어둠 속에 피는 꽃이다. 세상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다운 꽃이다. 고통을 삼키고 오직 하나의 생각으로 세상의 빛이 되는 저들이 있어 꽃이 피는 이 시절을 실감한다.

멀어진 만큼 더 가까워지는 것들

거리를 두면서 사람들을 보라고 한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삼가는 게 감염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이야기다. 사람들과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가치를 새삼 깨닫는다. 멀어지지 않아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사회적 거리 두기는 나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임을 일깨워 준다. 멀어진 만큼 가까이하고 싶은 것들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는 시간이다. 언젠가는 손을 잡을 것이다. 그 누구의 손을 편하게 잡고 인사를 나눌 시간이 분명 올 것이다. 그때는 먼저 손을 내밀어 보리라. 나로 인하여 멀어졌던 이들에게 나의 손을 내밀어 볼 것이다. 다가가서 멀어졌던 만큼 더 가까이 마주할 사람들의 눈을 바라볼 것이다.

줄이면 밝아지는 것

하늘이 맑아졌다. 대기오염이 심한 나라의 하늘이 맑아졌다는 말이다.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그런 것 같다. 화석연료를 쓰는 공장이 문을 닫고 거리를 질주하는 차들이 멈추니 대기는 깨끗해질 수밖에 없다고 환경 전문가들이 해석했다. 도시 가운데를 흐르는 강물 아래 강바닥이 보인다. 평소대로라면 회색빛의 탁한 물 위로 곤돌라가 떠다니는 어느 나라의 관광명소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없으니 물은 강바닥이 보일 정도로 깨끗해졌다고 한다.

줄이면 맑아지는 것이 멀리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하루 세 끼씩 꼬박꼬박 챙겨 먹던 삼식이가 일식이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한 끼는 제대로 챙겨 먹고 나머지는 간식으로 하루를 버티기로 하였다. 처음 며칠은 허기를 느꼈다.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니 운동량은 줄고 몸은 그다지 많은 에너지가 필요 없었다. 나의 몸이 가벼워졌다. 위장을 비우고 보니 겨우내 볼록 나왔던 아랫배가 조금 들어간 것 같다. 그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은 잡다한 생각으로 가득했던 머릿속이 개운하고 가벼워진 느낌이다. 허기짐을 참지 못해 허겁지겁 헤매던 행동들이 부끄럽다. 본능적으로 무엇이든 채우려고만 했던 시간 또한 얼마나 무모한 짓이었던가. 이제 무엇을, 어떻게 줄이는 게 더 가볍고도 밝은 삶이 될는지를 고민해볼 시간이다.

바이러스는 너무 작다. 눈에 보이지도 않아 전자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겨우 보인다. 작디작은 바이러스에 눌려 꼼짝 못 하는 인간. 이 세상을 뒤덮고도 남을 그 커다란 몸통을 의식하지 못하고 내가 만들어 놓은 근심 덩어리가 더 크게 보인다며 호들갑 떨었던 시간은 얼마나 부끄러운 이야기인가. 바이러스는 가난한 자나 백만장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바이러스 앞에 인간 스스로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궁핍함 속에서도 풍요를 느끼기를 소망하고, 주어진 일에 소중함을 느껴야 한다. 모든 순간이 정말 소중한 시간임을 돌이켜볼 수 있기를 이 감염의 시절에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