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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글.  김춘곤  대림대학교 퇴임

정년퇴직을 앞두고
헛헛한 마음 달랠 길 없어 선뜻 길을 떠났다
동네 길도 많건만 하필 산티아고 순례길
긴 세월 머문 곳을 벗어나 보기 위해
가슴 한편의 두려움을 자신감으로 포장한 채
용감한 척 먼 곳으로 날아올랐다
알 수 없는 흥분을 둘러업고 시작한 길
교만으로 점철된 마음과 처참한 육체는
한동안 불협화음을 내었지만
등에 업은 삶의 무게를 떨쳐내니
그제야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고
길 위에 펼쳐진 자연이 보이기 시작했다
육체의 피곤함을 잊게 만들어주던 풍광과
중간중간 나타나던 천사들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걸을 수 없었던 길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집착했던 나였기에
깨달음을 얻기보단 잊기 위한 길이었기에
더욱 의미 있었던 여정
산티아고에 도착하고 나니 성취감보단
현실세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과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오갔던 묘한 기억
돌아오고 시간도 흘렀건만
되돌아가고 싶어지는 것을 보니
마음은 아직도 길 위에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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