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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록(懺悔錄)

글.  손호진   부산영산고등학교 퇴임

엘리베이터 점검 중
오후 4시부터 6시 점검이라고
입구에 붙어 있다
사는 중간중간에
점검해야 할 타이밍이 있었다
무심코 놓치고 뭉개며
지나간 세월을 이제사 점검한다
젊은 날 그냥 쉬어야 하는 순간에도
마냥 계단으로 내달렸다
찰나(刹那)의 순간만큼 아까웠던 시간이
이제는 억겁(億劫)의 시간이 주변에 너부러졌다
두 시간 잠깐을 기다리지 못하고
뛰어야 했던 젊은 날 삶의 계단은
삶의 무게만큼 힘이 들었다
이제 나이 들어 계단의 높이가
연골이 짧아진 관절의 길이만큼
아픔으로 다가온다
젊은 날 엘리베이터 점검이라는
시간을 허투루 보낸 오늘,
이제사 보이는 것은
세월이란 거울의 시간이다
‘잠시’라는 두 글자를 바라보지
않았던 젊은 시절을
참회하고 참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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