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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전히 출근한다

글.  박해령 건국대학교병원 재직

쉼 없이 달려온 30년. 94년 대학을 졸업하고 그해 7월 1일 첫 출근을 했다. 그리고 지금도 난 여전히 출근한다. 30년이란 시간 속에 이 출근을 멈추고 싶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멈추지 못했다. 한때는 내 주변 환경을 탓하며 스스로 쓰담쓰담하며 지내기도 했으며, 또 한때는 나의 결단이… 나의 용기가 부족해서 난 여전히 출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 또한 정답이 아닌 듯하다.
영국의 소설가 매트 헤이그가 쓴 판타지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미드나잇 라이브러리가 있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지나온 인생길에 선택하지 않았던 길을 가보고 그곳에 만족한다면 머물 기회를 얻는다. 주인공은 살면서 매 선택의 순간에 선택하지 않았던 많은 길을 가보지만 결국은 현재의 자리로 돌아온다. 100세 시대의 절반을 살고, 직장생활 30년을 경험한 현재의 나는 주인공의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하다. 결국 현재의 자리로 돌아온 주인공과 여전히 출근하고 있는 나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누구나 그러하듯 30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모든 날이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힘들고 아픈 일들도 많았다. 사람들은 좋았던 것보다 아팠던 사건들을 더 많이 이야기하고 되새기는 듯하다. 되새길수록 아팠던 시간마저도 나에게 소중한 추억이 된다. 문득 어느 드라마의 대사가 떠오른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이 모든 날이 좋았다.” 나의 지나온 날들을 되새겨 보니 기뻐서, 행복해서, 슬퍼서, 아파서… 그 모든 날이 좋았다.
지금의 나는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길이 아니라 선택했으나 최선을 다하지 못한 순간들이 아쉬울 때가 있다. 생각해 보면 이것 또한 작은 선택이었다. 최선을 다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선택을 쪼개면 선택이 되고 다시 그 선택을 쪼개어 보면 선택이 보인다. 100세 시대에 반을 연습했으니 이제 남은 반은 아쉬움이 되지 않도록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보자고 다짐해 본다.
얼마 전, 30년 동안 여전히 출근하는 나를 위해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왔다.

여전히 출근하는 내가 있어
오늘도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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