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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새의 응원

글.  전정옥 임성중학교 재직

5월의 싱그러움을 만끽하러 세심천을 끼고 수암산에 오른다. 법륜사까지 꼬불탕꼬불탕 열일곱 굽이를 오르락내리락하면 정자에 앉아 바람을 맞이할 수 있다. 비 온 뒤 골짜기의 풍부한 물굽이가 청아하게 끊어질 듯 이어지고 배불리 수분 머금은 나무의 내음이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바람에 떨어진 아카시아 꽃잎에 잠시 시선이 머문다. 나무에 달린 아카시아 꽃차례의 향이 숨을 들이쉴 때마다 빨려 들어온다. 연둣빛 사이로 비취는 햇살을 응시하며 눈을 감아본다.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온몸으로 햇살을 받아낸다. 따뜻하다. 내 몸의 세포들이 물결치는 것 같다.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이끼들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처음 든다.

드디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자에 다다랐다. 물소리와 물을 머금은 나무와 꽃을 실컷 본 탓일까 내 몸에 수분이 꽉 찼다. 법륜사 공중화장실은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정갈하다. 비누도, 손 세정제도, 휴지도 항상 있다. 보이지 않는 손길에 감사함을 전하며 화장실 문을 밀고 나가려는데 하마터면 밟을 뻔했다. 들어갈 때 없던 깃털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새가 바닥에 떨어져 날갯짓하고 있다. 둥지에서 떨어진 것 같아 지붕 위를 쳐다보니 새집이 보였다. 사람의 냄새가 배면 어미 새가 밀어낸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어찌해야 하나 망설이다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엔 무슨 도구가 있지 않을까 싶어 여기저기 찾아봐도 빗자루 하나 막대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휴지를 몇 장 접어 일단 땡볕을 피해 그늘에 옮겨 놓았다. 앗! 그런데 하수구 쪽에도 한 마리가, 그 옆으로 또 한 마리. 어디에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아까부터 들렸던 것 같다. 어미 새가 나무 위에서 어미 품을 떠나 날갯짓하는 새끼들을 응원하는 소리였다.

나는 교사다. 이번 해 학기 초부터 쉬고 싶다. 쉬고 싶어! 내면의 강한 울림이 이어졌다. 예전에 디스크 왔을 때 들려오던 목소리! 목 주변에 결절이 생겨 유튜브 검색하니 아프지 않은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된다고 해서 병원에 갔다. 온갖 검사 끝에 림프악성종양일 수 있다며 시간 다투는 상황이라 바로 입원해야 한단다. 그렇게 아이들과 이별을 당해야 했다. 병가를 사용하는 와중에 어미 새 응원처럼 아이들의 응원 메시지가 날아온다.

“쌤, 너무너무너무 보고 싶습니다. 빨리 쾌차하시고 와주세요.” “국어쌤, 선생님 너무 보고 싶어요. 선생님이랑 수업할 때는 몰랐는데 선생님 수업 듣고 싶어요. 꼭 극복하시고 얼굴 봬요.” “선생님, 오늘 스승의 날이어서 연락드렸어요. 일 학년 때 저희 반 선생님께 케이크 드리라고 시간 내서 케이크도 대신 사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또 디카시나 재밌는 행사 많이 해주셨던 것도 기억나요. 감사합니다. 쾌차하시길 바랄게요. 항상 기도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 선생님! 너무 보고 싶어요. 얼른 쾌유하세요. 선생님이랑 하루빨리 수업하고 싶어요♥♥” “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이에요. 쌤이 오랫동안 학교에 못 나오신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너무 놀랐어요, 빨리 쌤이랑 국어 수업하고 싶고 같이 시를 읽고 싶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중을 빛내주시느라 많이 힘드셨을 텐데 푹 쉬세요. 그리고 항상 건강하셔야 해요.” “쌔앰, 보고싶어용.” 딩동! 딩동! 아이들의 응원 메시지가 어미 새의 응원 소리와 하모니 되어 온 산을 울린다.

빨리 나아서 아이들을 만나러 가야겠다.
되짚어 오는 발걸음이 해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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