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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풍경에 대한 작은 마음

글.  최호천  강남대학교 퇴임

요즘은 결혼식이나 부고 그리고 모임을 알리는 소식은 휴대전화 문자로 받는 경우가 많다. ‘을지로3가역 9번 출구’ 또는 구체적으로 ‘야탑역 4번 출구 도보 2분 ○○○예식장’, ‘정자역 5번 출구에서 200m ○○○집’으로 표기된 문자를 받는다. 문자를 받으면 대중교통을 확인하여 빠르고 편리한 방법을 선택하기 마련인데 나는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하철을 이용할 때가 더 많다.
지하철 내부의 풍경은 어느 노선이나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좌석에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관계없이 대부분 사람은 고개를 푹 숙이고서 휴대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그 외에는 잠을 자거나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예전에 어른들이 일본의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우리도 배워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요즘은 위에 설명한 우리나라의 지하철 풍경과 비슷할 것이다. 아마도 전화 기능만 있던 휴대전화가 요술 상자같이 수많은 기능을 갖추고 나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된 많은 것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다들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양 손가락이 빨리 움직이는 사람은 게임을 하고 있거나 문자로 답장을 하는 사람이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그냥 가만히 화면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고 있을 것이며, 엄지손으로 화면을 밀면서 보는 사람은 웹툰을 보고 있거나 그동안 보지 못한 문자 내용을 확인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렇듯 다양한 모습이지만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똑같은 사람들로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지하철 내부 풍경 안에서 나 하나쯤은 다른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목적지까지 거리와 관계없이 무료하지 않으며 생각이 확장되어 나만의 마음이 움직여지는 작은 종이책을 읽는 것이다. 자리가 없는 경우에는 가방 속에서 책을 꺼내고 가방은 어깨에 메고 손잡이를 잡고 서서 책을 펼쳐 들고 읽는다.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볼 때와는 다르게 그리 편하지는 않지만, 감동을 주는 글귀가 있을 때는 뒤표지 안쪽에 붙여 놓은 포스트잇을 붙인다. 이렇듯 책장을 넘길 때마다 오로지 나만의 공간에서 생각을 키운다. 이러한 행동들이 처음에는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짧은 시간에 느끼는 감동은 또 다른 기쁨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책에 포스트잇을 붙여 놓은 글귀 하나를 기억하면 이렇다. “강 위를 떠다니는 게 물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바람이 흐르고 있고, 햇살도 내려앉아 있다. 무엇이든 자세히 보면 다른 게 보이는 것이다.”
나는 이 글에서 사물을 보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철길 위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지하철에는 많은 사람이 오르고 내리는 풍경이 있지만 그 안에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 개개인의 수많은 생각들도 함께 오르고 내리며 움직이고 있다. 때로는 한가하기도 하고 때로는 복잡하고 붐비는 지하철 내부의 그 풍경들에서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치 있는 생각을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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