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자꾸 흐리다
뿌연 안개 너머에
글자들이 흔들린다
나이 탓을 하려니
왼쪽 귀도 먹먹하고
그 귀를 하얀 귀밑머리가 간질이고
또 나이 탓을 하려니
어금니가 시려오고
왼 무릎이 달그락거리고
휑한 정수리에 송글 땀이 솟는다
하지가 지난 유월 어느 날
긴 긴 해를 이기지 못해
막걸리 잔 앞에 앉아
탄력 잃은 위 속으로
달달한 술 한 모금 밀어 넣고
지나온 삶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을 거라는 노을의 말을
슬쩍 못 들은 척
다시 막걸리 잔으로 입술을 적신다
삶의 무게쯤,
몸은 견디지 못해도
마음으로 버텨보리라고
나이 탓을 하는 나에게
건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