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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걷기로 얻은 인생 동무

글.  정명란 창원문성대학교 재직

최근 ‘맨발 걷기’가 돌풍이다. 지자체에서 맨발 걷기 명소를 지정하고, 주민들의 건강과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유행처럼 번져가는 ‘맨발 걷기’의 전도사가 우리 가족 중에도 계신다. 바로 셋째 시누이와 막내 시누이다. 지난해 8월 퇴직 후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늘어 맨발 걷기를 매일 실행하고 SNS에 올리는 일에 행복감을 느끼면서 더욱더 신이 나셨다.
오늘은 “두류공원에서 맨발 걷기 중” 하고 발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사진을 찍어 가족 단톡에 올리셨다. 주말이면 나와 막내 시누를 소환하여 맨발 걷기 여행을 독려하신다. 심지어 맨발 걷기 후 맛난 밥과 커피를 사겠다고 유혹하며 자연으로 우리를 불러내신다.
교직 생활 33년을 하고 지금도 일상을 즐겁고 열정적으로 삶을 사시는 모습에 존경심이 절로 느껴진다. 이제 겨우 10년을 넘긴 나의 직장 생활에 비하면 하늘 같은 경력과 조직 생활을 하신 것이니 말이다.
처음 맨발 걷기에 동참한 날엔 걷는 방법과 걷는 자세, 마음, 태도까지 심오한 고수의 비법을 전하듯 열변을 토하셨다. 나는 그저 듣는 둥 마는 둥 맨발에 집중하여 걷는 것이 무엇이 그리 대단한가 의심하면서 고개만 끄덕끄덕 건성건성 공감하고는 맛난 것 먹고 예쁜 카페에서 차 마실 요량으로 따라다녔다.
성주에 있는 ‘성밖숲 맨발걷기’에서 온 가족이 맨발 걷기에 나온 모습을 보고 단체 사진 찍어 주며 우리 가족도 저렇게 정기적으로 맨발 걷기 모임을 하면 좋겠다며 제안을 하신 것이 매년 가족 여행 코스에 맨발 걷기 동선이 추가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맨발 걷기를 한 날은 정말이지 잠이 잘 오고 소화가 잘되어 다이어트가 절로 되는 듯하고, 좋은 공기를 마셔서인지 머리도 맑고,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수다를 떨어 스트레스 해소에다, 사진 찍고 많이 웃어 엔도르핀 분비로 행복 가득해 기분이 좋다. 덤으로 건강 음식 맛보기까지 챙기니 이보다 더 좋은 삶은 없다 하겠다.
언니 같은 시누님들과 노는 것을 본 친구 왈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데 너는 참 세상 거꾸로 살고 있네. 시누랑 신경 쓰여서 어찌 만나노?”
그렇다. 시댁 5남매의 돈독한 우정은 네 명의 시누님 덕분이고 하나뿐인 아들 귀한 대접에 숟가락 얹어 올케를 너무도 사랑해 주시는 시누님들 관심과 지지 덕분이다.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당부하신 “우애 있게 잘 지내거라”라는 말씀을 잘 새기며 세 자매처럼 시누님들과 오늘도 맨발로 인생 동무가 된다.
“우리 올케 된장찌개 솜씨는 세상 최고이고 살인미소는 모든 사람이 뻑간데이.” 셋째 시누님의 칭찬과 지지. 그러자 막내 시누의 직구 발언 “뱃살만 빼면 미스코리아감인데 올케 맞는 옷 있더나!”에 ‘하하하’ 웃음꽃이 핀다. 괴롭고 힘든 일도 실타래 풀어가듯 상담해 주신다.
오늘도 슬쩍 “형님, 윤서 아빠가 드라이브 가자고 해놓고 진짜 드라이브만 하고 차는 집에서 먹자며 멋진 찻집을 지나쳤어요!” 하고 일러바치니 형님 왈 “우리 동생 매력이 거기 있지! 하하하!” 하신다. 이럴 땐 뼛속까지 시누다.
먼저 살아온 시누님들 심신 건강과 자기 사랑법, 대인관계 능력, 삶의 지혜를 나의 삶의 버팀목으로 매일매일 인생길 가볍게, 즐겁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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