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부터 가회면입니다
팻말이 눈에 비치자 온몸과 애차까지
금세 글귀를 알아듣는다
가슴이 열리고 머리가 맑아진다
발은 가속과 제동을 교대로 해본다
핸들은 한 손으로도 조향이 너무 잘된다
창문을 열자 상쾌한 바람이 찌든 얼굴을 어루만진다
눈에 비치는 아스팔트는 왜 이리 질감이 좋고 길가의 무명 야생화는 웬 춤이며 웃음인지!
헌데 갑자기 야산조차 드높아 보여 정신을 추스른다
황매산이 가까워진 것이다
공손하게 여유 있게 만나는 사람에게 우정을 표하자
고향을 지키는 가회인에게 감사를 표하고 친절을 퍼뜨리자
고향의 흙은 육신을 주고 영혼을 준 아버지이자 어머니이다
어머니 품에 안긴 아이마냥 맘껏 재롱둥이가 되자
그다음 돌아오는 길
어느새 다시 어른이 된 나를 발견한다
스치는 팻말을 뒤로하고도 한참을 고향의 여운에 잠기면서
곧 다시 어린이가 될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