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밖 과수원 길 풍금 위에 펼쳐질 때
희고 검은 건반들은 선생님의 흰 손 따라
우리들의 마음을 간질여 주고 있었다
하늘색 원피스에 선생님의 긴 머리는
가녀린 손끝의 가지런한 건반 따라
너울너울 흥겹게 춤을 추고 있었다
음정 박자 틀리면 ‘잠깐, 그만’ 외치시고
풍금 옆 지휘봉은 선생님 손에 잡혀
탁~ 탁~ 두어 번 큰 소리를 내었다
그만하면 됐다 싶어 고개를 끄덕끄덕
사랑스러운 눈길에 선생님의 환한 미소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추억이라
그때가 그리워서 한달음에 찾아갔던
풍금이 있었던 그 자리엔……
오래된 추억들만 웅성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