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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의 척도(尺度)

글.  곽경훈 포항공과대학교 재직

우리는 흔히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 “마음이 참 무겁다”라고 말한다. 또 어느 곳을 방문하게 될 때면 으레 농담처럼 “마음은 가볍게 두 손은 무겁게”라는 말을 곧잘 사용한다. 이러한 우리 마음의 무게와 크기는 어떻게 측정하고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사실 ‘마음이 무겁다’라고 해서 그 마음의 무게를 질량이라는 물리적인 양과 단위로 측정하거나 표기할 수 없다. 다만 무엇인가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는 듯한 부담감을 갖는다는 것이고 두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처럼 느껴진다는 말이다. 그 반대의 경우로 “마음이 홀가분하니 새털처럼 가벼워졌다”는 말도 종종 하게 되는데 이는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린 듯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뜻이다. 또 다른 경우로 어린아이들이 매우 기뻐할 때 “얼마만큼 좋아?”라고 물어보면 “하늘만큼 땅만큼 좋아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어버이날이면 한번쯤 불러보게 되는 가사에도 부모님의 마음과 그 은혜는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다는 말이 나온다. 전자는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이 흡족하다는 뜻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최고(最高)이자 최대(最大)의 크기를 하늘과 땅으로 표현한 말이며, 후자는 어버이의 자식에 대한 사랑의 마음은 하늘과 바다와 같이 끝없이 높고 넓다는 의미다.
실제로 하늘이라는 우주공간의 넓이는 수치로 정확하게 표시하기 어렵다. 그 까닭은 Big-Bang(우주 팽창설) 이론에 따라 지금도 우주는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가 사는 땅의 넓이, 즉 지구의 표면적은 약 5억 1천 제곱킬로미터로 수치화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물리적 표현 방법은 국제단위계인 7개의 기본 단위와 22개의 유도 단위를 사용한다. 즉 길이는 m(미터), 시간은 sec(세크), 질량은 kg(킬로그램), 온도는 K(켈빈), 밝기는 Cd(칸델라), 전류는 A(암페어), 물질의 양은 mol(몰)이라는 단위를 기본으로 자기장 및 전기장의 단위, 힘과 일의 단위, 각도와 온도의 단위 그리고 방사선량의 단위 등을 사용하여 모든 물리적인 양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물리량의 크기를 나타내는 방법은 보조 단위를 사용하여 기준값보다 작은 수는 m(밀리), μ(마이크로), n(나노), p(피코), f(펨토), a(아토) 등으로 표기하고 큰 수는 K(킬로), M(메가), G(기가), T(테라), P(페타), E(엑사) 등으로 표기한다. 한 예로 불교에서 말하는 시간의 최소 단위인 찰나(刹那)는 1 x 10⁻18초, 즉 1a(아토) sec이고 매우 긴 시간을 뜻하는 억겁은 1겁(劫)이 4억 3천2백만 년이므로 43.2 x 1015년, 즉 43.2 P(페타) 년이며 우리나라의 숫자 단위로 표현하면 4경 3천2백조 년이다.
근간에 있었던 딸아이의 혼례식을 치르면서 천륜 또는 인륜이라는 인연으로 만나 서로 교류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상호 친밀도를 정량화하여 수치로 표현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인(知人)분들께 청첩장을 보내며 ‘서로의 관계를 수치화할 수 있으면 이 작업이 훨씬 수월할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매우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되어 청첩장을 보냈는데 상대방은 이를 세금 고지서와 같은 느낌으로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을 때 상대방이 느끼는 서운함 때문에 청첩장 수신자(受信者)를 선별하는 작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편, 혼례식을 마치고 결혼식 방명록을 정리하면서 보내온 축의금 숫자에 따라 서로의 우정(友情)이나 친밀도가 수치로 측정되는 것 같은 씁쓸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쩌면 우리 마음의 크기와 무게도 쉽게 수치로 나타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만 어떤 사람 이름에 큰 숫자가 적혀 있고, 또 어떤 사람 이름에는 작은 숫자가 적혀 있다고 해서 그 사람과의 관계가 그 숫자와 정비례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축의금을 보낸 사람의 마음과 정성을 단순하게 축의금 숫자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불현듯 ‘우리의 마음을 물리적 단위로 정량화하고 수치화할 방법, 즉 우리 마음의 척도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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