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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작은 눈과 마음

글.  이민정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 재직

병원에 입사하기 전에는 환자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고 간호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몇 년간 병원에서 일하면서 솔직하게 환자의 입장이 아닌 의료인인 나의 입장을 먼저 생각한 것은 사실이다. 얼마 전 한 번 심하게 아픈 적이 있었다. 내 인생 최고로 아팠던 기억이다. 그제야 환자에게 조금이나마 공감이 되기 시작했다. 가끔 나도 병실에 누워 부모님이 나를 간병하는 모습이나 내가 부모님을 간병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상이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환자들은 그 끔찍한 경험하는 환자들이다. 특히 항암 병동에 입원해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은 이루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과 두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환자들은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이고 힘든 순간에 우리를 만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들은 예민해져 있을 것이고 지쳐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환자를 진상이라고 하며 싫어한다.
우리 병동에 모두가 진상이라고 일컫는 보호자가 있었다. 나도 역시 그를 진상이라고 생각했었다. 하루는 그 보호자가 어김없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눈을 자세히 보니 눈은 충혈되어 있으며 며칠째 씻지도 못하고 면도도 못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난 살며시 그의 손을 잡으며 “보호자분 지금 많이 힘드시죠…?”라고 한마디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건장한 남자 어른인 보호자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 한 번도 표정이 변하지 않고 약해 보이지 않던 보호자가 울기 시작했다. 보호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강해지고 독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부정적인 반응만 했을 뿐 아무도 공감의 손길을 보내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눈과 마음을 키워야 한다. 조금 더 우리의 눈과 마음이 커지면 환자의 표정도 보이고 근심, 불안, 불면까지 어쩌면 얼마 남지 않은 죽음까지도 더욱 커지면 옆에 있는 보호자의 모습도 보게 될 것이다. 피로와 포기와 짜증과 감사와 안도까지 그렇지만 이런 모든 것은 보려고 하지 않으면 아무리 상대가 보여줘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환자들에게 우리가 진정으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에서 우리는 환자들의 심리적인 매뉴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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