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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꽃

글.  최명률 문성고등학교 퇴임

저거 보세요
가지마다 잎망울이 맺혀있어요
앙증맞은 저거 보느라 종일 해찰을 부려요
아마도 명자가 곧 찾아올 것 같습니다
만나면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까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만히 서있을까 봐요
아무래도 만만한 이름부터 그냥저냥 불러볼까 합니다
내 이름자를 닮았으니 천만다행이지 뭐에요
명자야 하고 부르니, 똑 누이동생 같잖아요
안녕, 인사도 나누겠습니다
먼 길에 상기된 볼이 발그스름해지겠지요
나도 따라 주책없이 붉어질까 봐요
가까이 다가가면 어떨까요
반가움에 할 말을 잃고 손만 내밀고 있으면 어떡하죠
그녀의 수수한 매력에 흠뻑 빠져 있을까 봐요
동안의 안부도 묻겠습니다
편지 쓰듯 차근차근히 물으면
답장하듯 차분차분히 말할 거예요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함께 놀자 하고 불러내겠습니다
자야자야, 부르면 꽃 속에서 금방 뛰쳐나올 것만 같아요
그녀의 발랄함에 덩달아 날뛸까 봐 정말 조마조마해요
봄맞이가 이리 막중한 일이었던가요,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명자를 알게 된 이후로 해야 할 일들이 너무너무 많아졌어요
두서없이 설레는 마음도 난생처음이구요
아참, 봄이 가기 전에 사진도 사랑도 저장해 놓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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