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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졸업의 감회

글.  최민규  원광대학교 퇴임

지난 2월 20일, 광주전남혈액원 충장로센터에서 헌혈 졸업식이 있었다. 헌혈은 만 69세 되는 해의 생일까지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15년여 동안 주기적으로 해오던 헌혈을 통산 213회를 끝으로 마감한 것이다. 이날 문진이 끝난 후에 광주전남혈액원장님과 직원, 그리고 신문사 기자와 센터장님이 축하와 함께 헌혈을 처음 시작하게 된 동기와 졸업 소감 등을 묻는 인터뷰를 마치고 재작년 초 태국 여행으로 인해 1년 동안 할 수 없었던 전혈을 마지막으로 졸업을 마무리했다. 또한 평소 헌혈 과정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하던 아내도 동행해 헌혈 과정을 지켜보고 끝난 후에는 젊은 시절 추억이 깃든 충장로를 걷고 오래전에 다니던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옛 추억을 더듬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혈액은 산소 및 영양소 전달뿐만 아니라 체외로 배출되는 노폐물을 운반하고, 체온을 유지하며 면역기능을 수행하는 등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성분이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거나 출산 또는 수술 중에 많은 양의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수혈이 필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액은 현대 과학으로 합성이나 제조가 불가능해 건강한 사람으로부터 헌혈을 받아서 수혈이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할 수밖에 없다. 또한 헌혈 후 보관 중인 혈액은 저장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헌혈이 이루어져야만 수혈에 필요한 적정 혈액량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유교적인 관념이 강한 동양권에서는 헌혈이 활발하지 않고 주로 학생이나 군인 등 젊은 층의 헌혈에 의존해 왔으나, 최근에는 젊은 층의 인식변화와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인해 헌혈자가 감소하는 추세이며 헌혈자의 고령화 등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는 헌혈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혈구가 형성될 뿐만 아니라 혈장의 대부분은 물이기 때문에 헌혈이 건강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헌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에 재직하면서 기초학문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혈액 분야를 담당하면서부터다. 졸업 후 의료인이 될 의학 계열 학생들에게 혈액의 기능과 헌혈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헌혈의 필요성을 강조하다 보니 나부터 헌혈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헌혈의 집을 드나들다 보니 전혈과 성분헌혈이 있다는 것과 등록헌혈자로 등록하고 주기적으로 헌혈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헌혈은 사회봉사 참여라는 보람과 함께 봉사 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점도 동기유발이 됐다.
2018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참가한 사학연금공단의 은퇴자 교육에서 사학연금봉사단을 소개받고 가입해 환경정화, 김장 봉사 등 여러 가지 봉사활동에 참여해 왔으며 틈틈이 참여하는 헌혈도 봉사활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고 퇴임 후 5년이 지난 지금 사학연금봉사단원으로서 많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제 헌혈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혈액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언론 보도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몇몇 선진국에서는 헌혈의 나이 제한을 없애고 본인이 건강하고 의지가 있으면 헌혈을 계속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기 위해 계류 중이라는데 하루빨리 시행돼 헌혈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헌혈 캠페인 같은 봉사활동의 기회가 있으면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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