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에는 북유럽 여행 갈까요?’
‘좋아요, 갑시다!’
그동안 아내와 함께 살아오면서 쌓았던 가장 큰 우리 부부의
자산은 바로 ‘함께 자유여행하기’이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자유여행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과 좌충우돌 속에서의 추억
쌓기가 더 큰 삶의 자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유럽은
물가가 엄청 비싸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그래서
미리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여 비용 절약에 총력을 기울였다. 7월
20일에서 8월 10일까지의 여행을 위해 5월부터 계획을 짜고 예약을
하였다. 인천공항-네덜란드 암스테르담-핀란드 헬싱키-에스토니아
탈린-스웨덴 스톡홀름–노르웨이 오슬로-덴마크 코펜하겐-튀르키에
이스탄불-인천공항으로 일정을 잡았다. 일정의 절반은 각 나라의
수도에서, 나머지 절반은 노르웨이에서 자동차를 렌트하여
트레킹을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가서 보니 여름에 더위를 피해 전
세계에서 오는 여행객으로 인하여 항공권과 숙소 비용이 배
이상으로 올라갔음을 알았다. 미리 계획하여 예약을 한 것이 비용
절감의 탁월한 선택이다. 예약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때문에 러시아 영토에는 항공기가 한 대도 뜨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경유하여
핀란드로 들어가는 항공편을 예약하였다.
자유여행 출발 시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바로 수하물이다. 우리가
탄 에어프랑스 비행기는 12kg 이상이 되면 수하물 비용을 비싸게
받는다(10만 원 이상). 수하물로 붙이는 두 개의 짐 무게를 맞추기
위해 물건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굉장한 공력이 들었다. 이런 일들
속에서 아내와의 동지 의식은 더욱 두껍게 쌓이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글귀를 가슴속에 새기고 화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지나가야 한다고 다짐했다. 여행하면서 서로 갈등하고
신나게 싸우기도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외국에서는 금방 화해하고
일치단결하게 된다. 빠른 수습이 즐거운 여행의 필수조건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들이 훗날 돌이켜 보면 기쁘고 흐뭇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된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외국인들과 의사소통하려면 둘이 한마음이 되어도
한창 모자라니 당연히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다.
이번 여행의 주요한 목표는 노르웨이의 유명한 바위 세 곳을 가는
것이었다. 바로 프레이케스톨렌(제단바위), 쉬락볼튼(계란바위)
그리고 트롤퉁가(트롤의 혀 바위)가 그것이다. 여행 일정 속에서
깜빡하여 쉬락볼튼 가는 버스 예약을 하지 못한 것을
프레이케스톨렌에서 돌아오는 길에 스케줄을 확인하다가 알게
되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미리 점검하지 못한
것을 한탄하면서 쉬락볼튼은 그냥 지나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스타방에르 시내로 돌아와 호수공원
벤치에 앉아서 물끄러미 분수를 보고 있는데 옆에서 검색하던
아내가 환호성을 지르면서 난리다.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일이지?’ 물어보니 우리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가 닿았는지
산에서 내려올 때만 해도 없었던 버스 예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게 웬 떡이냐?!’ 재빨리 예약을 하였다. ‘이번에 못 가면
앞으로 계속 미련으로 남을 일인데….’ 숙소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쉬락볼턴에 갈 수 있게 된 행운을 기념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계획했던 세 곳을 다녀올 수 있는 기회는 왔는데 생각지 않은 또
다른 장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세 곳 바위에서 ‘인생샷 사진’을
남겨야 하는데 찍어 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세 곳 모두 먼
거리에서 사진을 찍어야 절벽이나 피오로드가 멋진 모습으로
나오는데 우리 부부에게는 이렇게 멀리서 찍어 줄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에게 무작정 부탁하기에는 내키지
않아-소매치기의 위험성 등등-제풀에 지쳐서 포기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은인(恩人)을 만나서 세 곳 모두 마음에 드는
멋진 ‘인생샷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또한 계획하지 않았던 곳을 우연히 가기도 하였다. 야간버스에서
한국인 부부를 만났는데 덴마크에 간다고 했더니 반드시 ‘스웨덴
말뫼’라는 곳을 꼭 가보라고 신신당부했다. 나라가 달라서 먼
거리로 생각했는데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25분 정도 타고 가면
말뫼라고 한다. 스웨덴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호텔에 맡기고서 바로
열차를 타고 말뫼에 갔다. 덴마크 사람들이 물가가 싸기에 식사를
하거나 쇼핑을 다녀오는 곳이 말뫼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휴양지로서, 또 과거의 모습을 잘 간직한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듬뿍 뿜어져 나오는 곳이었다. 터키 항공을 예약하면서
이스탄불에서 레이오버를 하면 저녁 식사와 보스포러스 해협 야간
투어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보스포러스 해협 야간 투어는 다시 자유여행을 간다면 튀르키예로
갈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튀르키예에 대한 매력을 극대화시켜
주었다. 북유럽 여행을 하면서 꼭 필요한 것과 알면 좋은 것들이
있다. 꼭 필요한 것은 핸드폰 배터리와 장거리 항공 탑승 때 쓸
실내화가 그것이다. 어디를 가도 많은 사진을 찍게 되는데 준비한
대용량 배터리 2개는 문제없이 그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또 항공기 내 실내화도 13시간 동안 장거리 탑승 때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하였다. 알면 좋은 것은 먼저
북유럽 여행 때 소형 차량을 렌트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페리에
자동차를 실을 때 차량 크기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고, 또 비좁은
도로를 운행할 때 소형 차량이 절대 유리하기 때문이다(의외로
비좁은 도로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발열 식량을 사서 가지고 간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물만 있으면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라
여행 중에 정말 편리하고 긴요하였다. 우리 음식에 대한 향수도
해소해 주었고 높은 산 위에서는 보온 효과까지 덩달아 누릴 수
있었다. 퇴임 후 새롭게 시작한 제2의 삶 속에서 자유여행은
생활의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기폭제이다. 생소하지만 가고 싶은
또 다른 곳을 상상하면서 새로운 여행을 준비해 보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