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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진부의 3년 살이 추억

글.  홍성영 비봉고등학교 퇴임

진부 갈까. 아내와 진부를 가기 위해 짐을 정리합니다. 짐이래야 찬거리 조금, 옷가지와 읽을거리 책 몇 권이 다입니다. 차에 짐을 싣고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철 따라 달라지는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두어 시간 달리면 진부 집에 도착합니다. 진부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을 넘기 직전에 있는 면 소재지로 해발 700고지에 있어 사람이 살기 가장 좋은 곳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평창 진부에 별장식 작은 아파트를 장만한 것은 내가 정년퇴임을 한 2008년 봄이었습니다. 도시의 소음을 벗어나 쉽게 산을 오르고 푸른 파도가 이는 동해의 절경을 품을 수 있어서였습니다. 작은 아파트지만 깨끗하고 주변 경관이 좋고 교통이 편리해 집에서 강릉 해변이 30분 거리이고 오대산 소금강을 거쳐 주문진이 40분 속초와 정선 땅을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어서 진부 집을 향할 때면 우리 부부는 언제나 마음이 부풀어 오릅니다.
비가 오는 어느 날은 아파트 뒤편 수확이 끝난 감자밭에서 이삭줍기한 감자를 갈아 감자전을 부쳐놓고 오대산 막걸리를 한잔하니 내게 이렇게 한가한 시간도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대산 월정사 입구에서 아름드리 전나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경내에 도달하고 계곡을 따라 오르면 상원사 입구에 세조의 관대걸이가 지금도 남아있으며 상원사 동종 앞에 앉아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기면 신선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어느 날 경포대에서 옛 선인들의 발자취를 새겨보고 경포 해변을 산책 후 강릉역에서 삼척까지 가는 바다열차를 타고 무릉계곡의 너른 신선 바위에 앉아 38년간의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했던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기도 했습니다.
단풍이 예쁘게 물들어가는 어느 가을날, 소금강을 오르니 계곡의 웅장하고 맑은 물소리와 아름다운 단풍이 붉게 물들어 금강산, 설악산도 아름답다고 하지만 오대산 소금강은 그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계곡이었습니다. 또 어느 날은 울진에 있는 덕구 온천에서 온천욕을 하고 덕배와 애랑이의 사랑의 전설이 깃든 해신당 공원으로 해서 추암 촛대 바위를 지나 멋진 해변 찻집에서의 차 한잔은 또 아름다운 추억이었습니다. 정선의 레일바이크를 타고 정선 5일장에서 열리는 정선 아리랑 공연과 이효석의 메밀꽃 피는 소설에 등장하는 대화장, 봉평장 날의 풍경이 오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진부 오대천에서의 송어 축제, 눈썰매를 타고 용평 황계의 눈 얼음조각 공원에서 겨울나기 추억을 만들었으며 속사 이승복 기념관 뒤 운두령 가는 길의 송어횟집의 송어회와 산채비빔밥, 강원도막국수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아련한 맛의 추억으로 기억됩니다.
이렇게 3년간 진부에서의 삶을 통해 설악산 울산바위와 동해의 푸른 파도를 가슴에 담고 주문진에서의 바다 내음과 경포 해변의 푸른 겨울 바다는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바다열차를 타고 삼척까지 붉게 물든 단풍 길을 가로지르며 달렸던 정선 가는 길, 동해의 무릉계곡에서 신선을 만나고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 동종 앞에서 계곡과 계곡으로 이어진 진한 숲 향기 맡으며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 속에 책을 읽던 기억들, 소금강 계곡에 붉게 물든 예쁜 단풍과 맑은 물소리는 지금도 귓전을 때리는 듯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바쁘게만 살아오던 시간에서 벗어나 이렇게 한가한 시간 속에 소중한 추억을 담아보는 진부에서의 3년 살이는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으며 오래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진부 갈까. 하는 소리가 지금도 귓전을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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