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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지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

글.  이대형 미림마이스터고등학교 재직

긴긴밤에도 삼십사 도를 넘나드는 도시의 열기는 지구의 마지막 숨결처럼 느껴진다. 삼십사 일째 이어진 열대야. 밤도 낮만큼이나 뜨겁다. 창문을 열어도 바람 한 점 없고, 선풍기만이 무더운 공기를 천천히 휘젓는다. 지친 몸을 억지로 일으켜 아침 일찍 학교로 향한다. 아스팔트는 새벽부터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다.
교무실 문을 열자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내 얼굴을 감싼다. 차가움이 반가운 동시에, 그 차가움을 만들어내는 전기가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하게 된다. 자리에서 노트북을 열자 생성형 AI가 인사를 건넨다.
“좋은 아침이에요, 이대형 선생님. 오늘은 어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잠시 망설이다가, 문득 질문이 떠오른다. “너는 지구를 사랑할 수 있니?” AI는 잠시 침묵을 지키는 듯하다. 이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처럼.
문득 작년 이맘때가 떠오른다. ‘기후환경교육 실천을 위한 교사 학습공동체 우수콘텐츠 공모전’에서 AI를 활용한 기후환경 프로젝트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던 때. 학생들과 함께 우리 동네의 기후환경생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갔다. 그때 학생들 눈빛에서 희망을 보았다. 얼마 전에는 AI 융합교육 우수 사례로 선정되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연수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본 실리콘밸리의 거대한 데이터센터. 끝없이 이어진 서버랙, 그 사이로 흐르는 차가운 공기. 그 공간의 냉기가 지금 내 얼굴에 닿는 이 에어컨 바람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 차가운 기계들이 과연 따뜻한 지구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 인간인 우리조차 이 지구를 정말로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출근길, 신호대기 중 문득 차 안에서 올려다본 하늘이 떠오른다. 푸른 하늘에 걸린 새하얀 구름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아래 뜨거운 태양은 여전히 무자비하다. 내가 가르치는 AI 기술이 이 뜨거운 하늘을 더 뜨겁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진다. 귀국 후 읽은 기사 하나가 마음에 무겁게 가라앉는다. 생성형 AI가 엄청난 양의 전력과 물을 소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순간, 내 가슴에 달린 ‘AI 융합교육 선도교사’라는 명찰이 마치 무거운 짐처럼 느껴졌다. 365일 지구를 사랑한다고 말하던 내 다짐이 공허하게 들린다.
교실에 들어서자 학생들의 따사로운 미소가 나를 맞이한다. 그 미소를 보며 문득 떠오른 한 가지 생각. 샌프란시스코 연수를 준비하면서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생성형 AI 프롬프트 하나만 잘 써도, 열 번의 질문을 대신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효율적인 사용이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AI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오후 수업이 시작되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AI도 지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교실 안이 잠시 고요해진다. 모두들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하다. 그때 한 학생이 조심스레 손을 든다. “선생님, AI가 지구를 사랑하게 만드는 건 우리 일이에요.” 순간, 그 말이 교실 안에 메아리처럼 울린다. 아이의 말은 단순했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마주한 책임과 가능성이 모두 담겨 있었다. 모순처럼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 우리는 계속 질문하고,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 하늘을 본다. 아침에 올려다봤던 그 하늘이 조금은 달라 보인다. 어쩌면 AI도, 우리도 함께 이 뜨거운 별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 멀리서 가늠할 수 없는 바람이 불어올 때, 우리는 어떤 답을 찾고 있을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지금 우리의 숙제인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이 질문을 안고 잠이 든다.
언젠가 AI가 지구를 사랑하게 될 그날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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