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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길

글.  채민신   서울 용문고등학교 퇴임

“이번에는 어디 갑니까?” 카톡으로 날아온 S의 말이다.
서울을 떠나 이곳으로 이사온 지 어느덧 10년째다. 서울을 떠났다고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서울에 있는 학교로 출퇴근하는 시간도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서울을 벗어나니 푸르른 자연을 더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자전거 도로와 공원이 많고 잘 정돈된 깨끗한 거리가 보기 좋았다
서울을 떠난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런 마음을 채우고도 남았다.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왕숙천을 따라 집에서 30km쯤 떨어진 광릉 국립수목원 입구까지 올라갔다. 가는 길에 벼락소가 있었다. 포근한 주변 전경에 푹 빠져 일주일에 한 번씩 자전거로 왕복하였다. 그리고 나보다 더 좋아하는 아내의 마음을 담아 왕숙천 벼락소 근처로 다시 이사하였다.
벼락소 근처로 이사한 집은 처음 몇 년간 지인이 많이 다녀갔다. 첫해 초반에 다녀갔던 S 선생은 사모님을 설득하여 같은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했다. 6개월이 지난 뒤 S 교감도 사모님과 합의하여 같은 곳에 터를 잡았다. S 교감은 퇴임하여 자유로운 몸이지만 S 선생과 나는 그 당시부터 6년간 학교를 함께 출퇴근하였다. 나와 아내는 이곳이 좋아 금방 적응했다. 반면에 늦게 터를 잡은 두 부부는 적응 기간이 좀 필요했다. 그래도 주변 자연과 도시 환경에는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
남자 셋은 같은 학교에서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같은 곳에서 사는 게 어색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 원칙을 정했다. 같은 곳에 살고 있지만 서로 독립된 생활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나눠주고 싶은 것이 있다거나 궁금한 일이 있을 때만 만나곤 했다. 그러다가 한 달에 한 번 부부동반 정기 모임을 만들었다. 이곳에 먼저 자리 잡고 지역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내가 식사 장소와 카페를 찾았다. 서울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자연 친화적인 장소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하면서 차를 즐기는 곳을 다닌다. 얼마 전부터는 남자들만 만나는 날도 만들었다. 남자들만의 모임이지만 여자들이 오히려 더 좋아하는 분위기이다.
이번 세 부부의 모임은 평소와 다르게 계획하였다. 식사와 차보다는 지역 축제와 숲속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가는 길에 점심으로 우렁쌈밥 집을 들렀다. 서비스로 지역 막걸리도 나왔다. 운전하는 나는 물잔을 들고 나머지 다섯 사람은 막걸리를 잔에 가득 채웠다. 모두 오늘 만남의 축배를 들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가람누리 전망대 카페. 주변을 내려다보니 출렁다리, 꽃 축제장, 한탄강 주상절리, 하늘다리, 비둘기낭 폭포가 한눈에 들어왔다. 산책을 마치고 전망대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영락없는 가을이다.
“알찬 하루였습니다.” 오늘 함께 한 S 교감이 집에 도착할 무렵 밝은 목소리로 던진 말이다. 일행 모두 이구동성으로 즐거운 하루였다고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한 모습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오늘 찍은 사진을 살펴보았다. 두 부부를 찍은 사진을 골라 단체 카톡방에 올려주었다. 잠시 후 S 선생이 “우리는 정말 좋은 팀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가을 축제의 장소에서, 세계지질공원에서 드넓은 하늘과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자연 속 교감을 나눈 하루였다.
첫 모임 때 S 교감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C 선생, 좋은 곳으로 불러주어 고맙습니다. 그런데 혼자 다른 곳으로 이사 가기 없습니다.” 세 부부가 웃으면서 나눈 대화가 벌써 5년 전 일이다. 오늘도 헤어지기 전에 6명은 일정을 맞추어 다음 달 만날 날을 잡았다. 시간은 나이 속도로 간다더니 한 달이란 시간은 참 빠르게 찾아온다. 세 부부가 한 팀인 자유인의 만남. 그날은 또 어떤 길을 함께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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