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이맘 때면 온 산이 붉게 물든다
빨강 노랑 단풍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그런데 산이 우릴 부르는가?
우리가 산을 보러 찾아가는가?
단풍 구경한다고 스트레스 푼다고
먼 길 애써 찾아가는 거겠지
산은 부르지도 않고 그대로인데
우린 가을 단풍 찾아가 환호성 질러댄다
때로는 단풍이 별로네 덜 들었네
불평불만 털어놓으며
마치 산이 불러 찾아간 손님처럼
온갖 주인행세 하며 객기 부리기도 한다
산은 사시사철 변함없이 그 자리 그대로인데
괜히 남 탓하고 핑계 대고 둘러 대며
냄비 죽 끓듯 요란스레 변하는
변덕쟁이 오욕칠정(五慾七情) 어디서 오는 걸까?
모든 일상의 원인도 결과도
나에게서 나오는 법
언제나 그 자리 그대로이면서
무더위 식혀주다 가을 풍경 보여주는
듬직하고 고마운 단풍산 바라보며
나 자신 다스리는 법 생각한다
객기 버리고 산 우러러 존중할 때
산과 나 비로소 하나 되겠지
그래도 짬이 나거든
단풍 책갈피 넣어둔 낡은 시집 노벨상 소설 읽어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