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그 속도를 높여가는 세상의 변화만큼 현대인의 시간도 빠르게 움직인다. 한때 가격 대비 성능을 최고로 여기던 ‘가성비’의 시대에서 심리적 만족감에 치중하던 ‘가심비’를 넘어 시성비*의 세상을 맞이했다. 가전업계에서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등 시성비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분초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할 것, 볼 것, 즐길 것이 쉼 없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간은 어느 때보다 귀한 자원이 되었으며 정적인 ‘소유경제’를 지나 동적인 경험경제*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반차를 쪼개고 또 쪼개는 ‘반반차’나 점심시간에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는 ‘짬PT’ 등 요즘 직장인은 짜투리 시간까지 야멸차게 활용한다.
전통적으로 지혜로운 소비는 쓸데 없는 물건에 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분초사회에서는 낮은 경험에 시간을 쓰는 것을 주저하며, ‘실패 회피’를 위해서 오히려 정보 탐색에 시간을 투자한다. CJ CGV가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전 관객이 개봉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기까지 평균 10.9일이 걸렸다면 최근 1년 사이에는 15.1일로 늘어났다고 한다.
분초사회가 추구하는 시간의 효율성을 가장 잘 반영한 것이 영상 스타일의 변화이다. Tik Tok을 시작으로 쇼츠(유튜브), 릴스(인스타그램) 등 ‘숏폼’이라고 불리는 영상 콘텐츠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MZ세대의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숏폼 마케팅*에 뛰어든 각종 기업에서는 MZ를 비롯한 소비자 사로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