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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럭저럭 살지 말자

글.  최관봉 동아대학교병원 퇴임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네. 그럭저럭 삽니다.”

어쩌다 은퇴한 동료라도 마주치면 인사치레로 주고받는 말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사느냐고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그럭저럭 산다고 말한다.
결국 그럭저럭은 이렇다 저렇다 할 것 없이 그냥저냥 지금 이만큼이 아닐까?
내 인생이 딱 그럭저럭이었다. 은퇴하기 전에는 사학연금을 받는 직장에서 그럭저럭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었다. 은퇴 후 지금도 그 덕인지 재산도 충분하진 않지만 먹고살 만큼 어느 정도로 그럭저럭하다. 인생도 그럭저럭하는 사이에 어느덧 귀밑머리 희어질 만큼 그렇게 저렇게 그냥저냥 잘 살아냈다. 이제껏 그럭저럭 살았으니 이제는 그럭저럭 살지 말고 그럭(luck)저럭(luck)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굴뚝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그럭저럭 살지 말고 새롭게 그럭(luck) 저럭(luck) 제대로 그럭저럭 살아보자. 새롭게 그럭저럭 살려면 5가지가 준비되어야 한다.
첫째, 그럭저럭 감사하자
그럭저럭 사는 데 감사가 최고의 무기다. 좋은 일이 있을 때도 그럭저럭 감사가 우선이고, 나쁜 일이 일어나도 그럭저럭 이만하면 다행이라고 감사해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살아 있음에 감사하자.
둘째, 그럭저럭 행복하자
그럭저럭 행복한 사람은 비슷하게 행복하지만 불행한 사람은 그 모습이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완전한 행복을 찾기 위해 살다가 불행한 삶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높은 지위와 명예, 많은 재산을 탐하기보다 그럭저럭 행복한 게 낫다. 행복은 지위나 재산, 명예가 아니라 긍정적인 마음이다. 그럭저럭 행복하면 마음이 햇살처럼 환하다.
셋째, 그럭저럭 미안하자
살면서 사과할 일이 있을 때 사과하고 미안한 일이 있을 때 바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그럭저럭 미안하게 사는 요령이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했을 때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핑계 대고 변명할 게 아니라 곧바로 미안하다고 말하자. 그럭저럭 미안해할 줄 아는 사람이 예의를 아는 사람이다. 더 신뢰받고 믿음이 간다. 사소한 잘못이라도 그럭저럭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자.
넷째, 그럭저럭 용서하자
그럭저럭 용서하고 살아야 한다. 살다 보면 남이 나에게 잘못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혼내주고 벌주고 복수하는 것보다 차라리 용서하는 것이 이기는 사람이다. 그럭저럭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허물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긴 세월을 사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남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남을 용서하듯이 내가 잘못한 일을 저질렀다면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럭저럭 용서하는 것은 용서를 하고 용서를 받는 일까지 포함한다. 그리고 스스로 자기 자신도 용서하자. ‘그럭저럭 용서해 줄게’라고 토닥여주자.
다섯째, 그럭저럭 사랑하자
사랑하고 사랑받기란 쉽지 않다. 젊은 날의 용광로 같은 뜨거운 사랑도, 부모와 자식 간의 무한한 사랑도 한 번은 식을 때가 있다. 사랑이 식으면 증오와 분노, 원한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온전한 사랑은 오래도록 변치 않아야 한다. 주는 것이 사랑이다. 그럭저럭 사랑하면 평생 사랑할 수 있다. 가끔은 미울 때가 있을지라도 그럭저럭 사랑하자. 지나간 세월도 다가올 미래도 그럭저럭 사랑하자. 요즘 나와 만나는 사람이 어떻게 지내냐고 다시 물으면 “그럭저럭 사는 게 아니라 그럭(luck) 저럭(luck) 삽니다.”라고 대답해 준다. 이제부터 나는 그럭저럭 살기로 했다. 그럭저럭 감사하고 그럭저럭 행복하고 그럭저럭 미안하고 그럭저럭 용서하고 그럭저럭 사랑한다.

그 럭 저 럭, 굿 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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