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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밤

글.  이영일 송원대학교 퇴임

눈 내리는 밤에는
창가에 서서 멍하니 밖을 바라보며
하얀 세계를 꿈꾼다
자동차 바퀴 자국 아래 부스러진 갈색 낙엽들
희미하게 남은 차바퀴 자국의 흔적들
모진 추위에 잠들지 못한 별들
참다 참다 끝내는 울음을 터트린 겨울 강이 불쌍해 보인다
그런 날에 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시를 눈 위에 쓰고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눈길을 걸으며
그곳에서 겨울을 들으면서 첫눈을 마신다
희미한 등불 밑에 앉아 컨트리 음악을 듣고
눈밭에 누워있는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
나는 소리없이 눈 내리는 밤에
나하고 밤길을 걸으며 지난 얘기 나누면서
하얀 눈 위에 첫 발자국을 만들고
내 속의 누구라도 불러보며 즐겁게 오늘을 맞이한다
옛날 시골집 문풍지 우는 겨울밤
윗목 콩나물 물그릇에 살얼음이 얼 때
어머니는 솜이불 속에서 나를 품어 한겨울을 지내시기에
그 겨울은 따스함으로 내 가슴이 가득찼다
아마 어머니는 눈처럼 차가운 나의 심장을
내 가슴에서 다시 뛰게 하려고 하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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